[사설] 성범죄자가 학교·학원 등에서 버젓이 근무했다니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4만여곳을 대상으로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를 점검해 81명을 적발하고 이 중 43명을 해임했다고 어제 밝혔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 시설에 근무하고 있던 성범죄자가 24명(29.7%)이었다. 체육시설에 취업한 경우도 24명 적발됐고, 경비업 법인에서 일해온 성범죄자는 7명이었다. 이어 PC방·오락실(6명), 각급 학교(4명), 청소년노래연습장(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아동을 둔 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자 알림이(e)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성범죄 이력자가 해임됐고, 8월 서울대공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적발돼 해임됐다. 서울 중랑구의 한 스포츠센터와 스크린골프장에서도 성범죄 경력자들이 근무하다가 지난해 9월 해임됐다. 성범죄 경력자의 취업 위반 적발은 2019년 108명, 2020년 79명, 2021년 67명으로 줄다가 지난해 81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감시망이 촘촘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성범죄자가 학원이나 교육 관련 일을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로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경우, 제한 기간(최대 10년) 내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장은 직원 채용 시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자를 걸러내는 ‘필터’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각지대가 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성범죄자가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경우 해임, 기관 폐쇄 요구 외에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아동 성범죄자는 3년 내 재범률이 60%를 넘는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위험하다. 이들이 아동을 상대하는 교육기관에 취업은 물론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가부는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에 대한 벌칙을 신설하고, 성범죄 경력자 점검·확인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국회가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자녀를 학교·학원 등에 보내놓고 부모가 불안에 떠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