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대심도 토사 붕괴사고 늑장 대응에 은폐 의혹까지

부산시, 사고 발생 사흘 뒤 브리핑
안전사고 발생 시 매뉴얼 아예 없어

지난달 25일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에 대한 부산시와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시는 사고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늦은 오후에서야 브리핑을 통해 사고발생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0시40분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만덕2터널 동래 방향 출구 450m 지점 지하 60m 아래 대심도 공사현장에서 25t 트럭 40여대 분량(750㎥)의 흙과 거대한 돌덩이가 약 1분간 쏟아져 내리면서 터널 일부가 무너졌다.

부산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를 지하로 연결하는 대심도 공사현장에서 지반침하로 대규모 토사가 붕괴된 사고 현장을 공사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사고 발생 전날부터 간헐적으로 토석이 흘러내리고 평소 듣지 못한 소리(파단음)가 발생하는 등 전조증상이 있었는데도, 롯데건설은 작업자와 장비만 철수시키고 곧바로 부산시에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자체적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대규모 토사 붕괴 사고로 이어졌고, 사고발생 10시간 뒤인 지난달 25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부산시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에 확인해 보니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의 보고 의무를 포함한 업무 매뉴얼이 부산시에는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롯데건설로부터 사고발생 보고를 받고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 5시가 돼서야 부산교통공사에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사고 발생 지점이 도시철도 운행 영향권 밖인데 다, 계측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즉시 사고 지점을 통과하는 노선의 도시철도 속도를 시속 25km로 줄이고, 서행 운행에 들어갔다.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가 발생한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현장 위치도. 부산시 제공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 30여m 위에는 부산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고, 그 위 부산도심과 남해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지상 충장대로에는 하루 수천대의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또 250여 세대의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해 있고, 인근에 초등학교까지 들어서 있어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인데도 언론 공개 전까지 주민들에게는 사고 발생 사실을 일절 알리지 않았다. 롯데건설과 부산시의 늑장 대응에 이어, 사고 사실까지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계측기 변화가 없었고, 추가 붕괴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사고내용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시민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토목 전문가와 동공 내시경을 통한 현장조사를 통해 상황파악을 한 뒤 발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대심도 터널 토사 붕괴 사고와 관련해 2일 부산 동래구 공사현장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지난 1일 안병윤 행정부시장 주재로 대심도 사고 관련 긴급 대응 회의를 열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토사 유출 대응 전담팀(TF)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사고 현장 터널 위에 구경 114㎜ 대구경 3단 강관을 박고, 강관 안에 콘크리트를 주입하는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