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다반사… “그래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 많아” [심층기획-명품에 빠진 대한민국]

백화점 명품매장마다 연출되는 진풍경
해외서도 한국인 오픈런 쉽게 볼 수 있어

“셔터가 다 올라가면 천천히 입장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평일인데도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되는 내부 통로가 있어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도 실내에서 오픈런 대기가 가능해 전국에서 ‘명품족’들이 몰려든다. 그래선지 신세계 강남점은 연매출이 2조원대로 국내 1위 백화점 점포다.

지난 2월 28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사람들이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미영 기자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금세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셔터가 끝까지 올라가자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명품매장으로 향했다.



이날 연차를 내고 백화점을 찾았다는 A(45)씨는 “또 가격 인상 소식이 있어 겸사겸사 오픈 시간에 맞춰 왔다”며 “한창때보다 줄 서는 사람은 줄었지만 원하는 물건을 보려면 오픈런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 산 가방을 환불받기 위해 온 B(28)씨는 “구매를 할 때도 줄을 서야 하지만 환불을 할 때도 줄을 서야 한다”며 “교환할 제품이 있을까 해서 방문했다”고 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치솟던 명품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희소성이 높은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한 오픈런은 계속되고 있다. 한 명품매장 직원은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상품은 한정되어 있어서 인기 상품은 항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많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에서도 한국인들의 명품매장 오픈런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도쿄 여행을 떠난 C(33)씨는 긴자의 명품거리를 찾았다. 엔저로 인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한국보다 다양한 물건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C씨는 “도쿄에서도 유명 명품매장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 하지만 한국보다는 경쟁이 덜한 편”이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앞뒤로 줄을 선 사람 모두가 한국인이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원하는 제품을 구하려면 오픈런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