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모두 위태로운 한국 경제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간 수출 악화의 충격을 메워주던 국내 소비 회복세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5% 안팎의 고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 등 대외 여건도 불확실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일보는 6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과 함께 이번 주 코스피 전망,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60%의 출생아가 1000명 이하였다는 소식 등을 다뤘다.

 

◆수출·내수 모두 위태로운 한국 경제

 

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1%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2.1% 줄어든 뒤 12월(-0.2%) 감소세가 완화했지만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현재 경기 흐름을 ‘둔화’로 못 박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고물가와 고금리 속 수출 부진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내수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 회복세 둔화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전년 동월(541억6000만달러) 대비 7.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2.5% 줄었고, 대(對)중국 수출 역시 24.2% 감소했다.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 부진은 고용시장에도 악재다. 1월 제조업 취업자는 3만5000명 줄어들며 2021년 10월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는데, 수출 감소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부진이 최근 5개월 연속 지속됐다는 점에서 향후 고용시장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인구 감소도 고용시장엔 불안 요소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과 김도완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이날 한은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노동 공급 증가 추세 둔화로 2023∼2027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만∼12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정부가 최우선 순위라고 공언했던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향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 전월(5.0%)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었다는 정부의 분석에도 고물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1∼2월 고용·물가 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높이는 긴축 행보에 나설 경우, 한층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한국 경제의 실속, 높아지는 경착륙 가능성’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도 경기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향후 경기 방향성을 결정할 위험 요인으로 △미·중 성장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 여부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내수 반등 여부 △가계 구매력 위축 여부 등을 꼽았다.

 

◆이번 주 코스피도 박스권 전망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코스피도 박스권 흐름을 예상했다. 다만 오는 21∼22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정책이 국내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증권가는 이달 국내 증시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를 둘러싸고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상태로 3월 FOMC까지는 기간 조정 형태의 중립 수준 증시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3월 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것 이상으로 매파적인 결과를 제공할 가능성이 낮아 이때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은 상단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회복을 전망했다. 그는 “시진핑 집권 3기를 공식화하는 중국 양회(兩會)가 개막한 가운데, 내수 확대(투자·소비), 외자 유치, 에너지 안정 확보 등의 정책이 예상된다”며 “3월 이후 공장 가동 정상화로 중국 제조업 지표는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코스피가 원화 기준으로는 1.51% 하락했지만 달러 환산 기준으로는 8.10%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실제 글로벌 증시 하락 충격이 더 컸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2월 수익률은 달러 환산 지수 기준으로는 홍콩 항셍지수(-13.03%)에 이어 하락 폭이 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신흥시장 통화의 성격과 선진국 통화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SM 분쟁개입 금융사 점검 경고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발생한 SM 주식 대량매집 건을 조사하면서 그 과정에 개입했거나 개입하려는 증권회사와 자산운용회사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기업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 조정이나 불공정 거래 수탁, 신탁이나 펀드 등을 통해 지분을 숨겨 들어오는 등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한 직간접적인 협력으로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공개매수, 의결권 권유 등 증권회사 창구가 이용되면서 부당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M 주가는 지난달 1일 종가 기준 8만6700원에서 지난 3일 12만9200원까지 49% 급등했다. 하이브가 SM 주식의 수상한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지난달 16일에는 13만19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SM에 투자한 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에 따라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SM 지분 8.96%(213만2822주)를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은 지난 3일 SM 지분 절반(110만4513주)을 처분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1.1%)를 비롯해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도 SM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이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SM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취득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로부터 넘겨받은 지분(14.8%)과 공개매수 등을 통해 총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약 60%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시군구 절반 이상이 출생아 1000명 미만

 

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와 세종시·제주도 등 228개 지역 가운데 136곳(59.6%)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1000명 미만이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출생아 수가 1000명 미만인 시군구는 서울 3곳, 부산 9곳, 대구 3곳, 인천 4곳, 광주 1곳, 대전 3곳, 울산 2곳, 경기 10곳, 강원 16곳, 충북 10곳, 충남 12곳, 전북 11곳, 전남 20곳, 경북 19곳, 경남 13곳 등이다.

 

이 중 50개 시군구는 연간 출생아 수가 150명 미만이었다. 5개 시군구 중 1곳꼴로 출생아 수가 15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전남 곡성군, 경북 영양군, 경북 울릉군 등 3개 지역은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5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폐교와 폐원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만 해도 강서구 소재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2020년 폐교됐고 광진구 소재 화양초등학교도 이달 문을 닫는다. 비수도권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국 초·중·고교 193개가 폐교됐는데, 이 가운데 171곳(88.6%)은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학교였다.

 

지방에서는 산부인과·소아과 진료도 받기 쉽지 않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북 무주군과 강원 평창군 등 전국 16개 지자체에는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하나도 없었다. 산부인과는 없고 소아과만 1곳 있는 지자체는 6곳, 소아과는 없고 산부인과만 있는 지자체는 4곳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아과는 연평균 132개, 산부인과는 연평균 55개 폐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