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진욱 처장 직속 수사부서인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신설했다. 기존 수사팀이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어 회피했던 사건을 배당해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출범 이후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한 공수처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24일 수사기획관인 이대환 부장검사를 특수본부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수사3부에 있던 차정현 부부장 검사도 수사기획관실로 자리를 옮기며 특수본 검사를 겸직하게 됐다. 수사관 3명도 특수본에 발령됐다.
특수본은 처장 직속 비직제 기구로 설치됐다. 다른 수사부서와 달리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나 수사부장을 거칠 필요 없이 처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구조다.
공수처는 신설된 특수본에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 수사를 맡겼다. 앞서 지난해 9월 여 차장은 감사원의 피감기관인 공수처 행정 총괄자로서 감사원 관련 수사에 관여하는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스스로 사건회피를 신청한 바 있다. 이처럼 수사·결재라인이 회피할 필요성이 있는 사건의 경우 특수본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첩보 인지와 내사 등을 담당하는 수사과의 수사 지휘도 특수본이 맡는다. 영장청구를 할 때는 검사의 지휘가 필요한데 수사과에는 검사가 없고 수사관만 있어서 그간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현직 경찰 간부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는 이날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 A 변호사에 대한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B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변호사로 선임된 A 변호사는 다른 사건관계인 C 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며 일방적으로 조사일정을 취소했다.
C씨는 B 회장이 경찰 간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세탁 과정을 주도한 인물로, B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적이 있다. 자금 세탁 과정에 동원한 인사들에게 관련 증거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게 하기도 했다. 변호사법 24조 등에 따르면 이해가 상반된 두 사람을 동시에 변론하는 행위는 불법행위이자, 위법 변론 행위에 해당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A 변호사의 일방적인 통보 후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는 A 변호사 선임 여부와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C씨와 연락을 시도해야 했다”며 “C씨와 다른 사건관계인의 조사일정을 포함한 수사 계획을 수정하는 등 수사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