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강한 '친윤'(친윤석열) 색채를 띄며 8일 완성됐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차기 지도부 면면을 보면 김기현 신임 당 대표(사진 왼쪽에서 네번째)는 물론이고 최고위원도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거나 친윤계를 자처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고위원에 김재원(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병민(〃 왼쪽에서 세번째) 조수진(〃 〃 두번째) 태영호(〃 맨 오른쪽·득표 순) 후보가 선출됐고, 별도로 뽑은 청년 최고위원에도 친윤계 장예찬 후보(〃 〃 왼쪽)가 당선됐다. 비윤(비윤석열)계 후보들은 모조리 탈락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 '친정 체제'가 구축돼 당·정 관계는 당분간 큰 갈등 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당을 깊은 내홍 속으로 빠져들게 한 '가처분 파동' 같은 사태는 되풀이되지 않고 내년 총선까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내부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친윤 일색'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계파 갈등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고 공천 관련 얘기가 당내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김 신임 대표가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주요 당직을 어떻게 인선하는지 주목된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신을 강조한 만큼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당장은 당 전열 정비를 우선하며 '단일대오' 진용 다지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이번에 선출된 6명을 출신·선거구 지역별로 보면 영남 3명(김기현·김재원·장예찬), 호남 1명(조수진), 서울 2명(김병민·태영호)이다.
당의 취약지인 호남과 서울이 선출직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나, 이른바 '중원 벨트'로 불리는 경기·강원·충청권은 아예 없다.
이념 성향 분포를 봐도 '강성 보수'에 가깝고, 친윤 주류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최고위원은 서울에서도 ‘보수 텃밭’인 강남갑이 지역구로, 대북·안보 이슈에서 당내 그 누구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서울 출신인 김병민 최고위원이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은 모두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의 대변인, 청년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돼 있다.
이들의 선거 운동 역시 그야말로 '윤심(尹心) 경쟁의 장'이었다.
앞다퉈 '친윤 후보'를 자처하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과정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경쟁 주자나 당내 인사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선거전 내내 "보수당의 정통성" "당의 뿌리"를 강조하는 한편 경쟁 주자 쪽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비판에는 "내부 총질"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친윤계와 대통령실에 날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에 딴지 걸고 걸핏하면 가출하는"(조수진) "권력의 노예"(김재원) 등으로 비난하면서 '표심 결집'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도부 면면을 두고 당심이 아닌 '총선 민심'을 향해 얼마나 소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성향과 선거 전략이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 전대에서는 충분히 통했지만, 중도층에 어필해야 승리할 수 있는 총선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 당선으로 당연직 최고위원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당의 '투톱'이 모두 '영남 다선'이라는 점도 내년 총선에서 확장성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기존의 '영남당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탓에 수도권·중도층 표심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의 '수도권 지도부'와 선명히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