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월 '빅 스텝' 가능성 시사에 원·달러 환율 다시 1320원대로… 고심 깊어지는 한은 [한강로 경제브리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8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2.0원 오른 1321.4원을 기록하며 9일 만에 다시 1320원대를 넘어섰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1.28% 하락한 2431.91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 기대가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다”(삼성증권 김지만 연구원)는 반응도 나왔다.

 

2월 금통위에서 현 기준금리(3.5%) 동결을 결정했던 한국은행의 발걸음이 다시 ‘인상’으로 움직일 환경이 조성됐다. 파월 의장이 3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한은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외인 1546억, 기관 8202억원 순매도에 코스피 1% 넘게 하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0원 이상 급등하며 지난달 28일 이후 일주일여 만에 1320원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은 전날 파월 의장 발언 후 예고된 상황이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달러를 견제할 수 있는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이 연준과 비슷한 긴축의지를 보인다는 점이 확인된 이후 힘을 잃었고, 미·중 관계가 한층 경색된 것도 위안화 약세를 통한 원화 약세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은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46억, 8202억원 순매도에 나서며 전일 대비 1% 넘게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중 기아(1.68%)만이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0.22% 하락한 813.95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2.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55%에 장을 마쳤다. 

 

자산 시장이 출렁인 것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빅 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한은의 고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연준이 빅 스텝을 단행할 경우 금리 차는 1.75%포인트(상단기준)까지 벌어진다. 이 경우 한·미 금리 차가 최대 폭을 기록했던 2000년 5∼10월(1.50%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운다.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동결한 뒤 연준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상한다면 전례 없는 ‘2%포인트 금리차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4월 금통위(4월11일)→5월 FOMC(5월 2·3일)→5월 금통위(5월25일)가 차례로 예정돼 있다. 이 시기 양국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1년째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 경제엔 또 다른 악재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은은 금리 결정의 최중요 변수로 물가를 들지만 자본 유출도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 이 총재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금리 차에 대해 “(한·미 금리 차가)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라면서 “금리 격차가 너무 커졌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생기면 저희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75%로 올리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최종금리 수준 전망을 기존보다 25bp 올린 3.75%로 수정했다. 

 

당국이 최근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금리차)을 축소하라고 은행권을 압박하는 것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칫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정부 조치는 지난 연말에 올라간 예대마진이 비정상적이라 빨리 내려가기 위한 정책이라고 해석한다”면서 “(당국의 압박이) 길어지면 우려 사항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KDI “韓 경제, 수출 위축·내수 둔화에 경기 부진 지속”

 

최근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마저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대외여건 악화로 우리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제조업 경기가 얼어붙고 있어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고용 등 실물 경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 1월(-16.6%)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조업일수 증가 효과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9.7%, 지난 1월 –14.6%, 지난달 –15.9%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대(對)중국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달 –31.1%로 1월(-29.8%)보다 부진했고,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도 1월 –43.2%에서 지난달 –47.7%로 4.5%포인트 감소폭이 커졌다.

 

수출 부진은 제조업 경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재고율이 120.0%를 기록,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KDI는 “반도체 산업에서 수요 부진으로 출하(-44.2%)가 감소하고 재고(39.5%)는 증가한 가운데 수출가격(-30.4%)도 급락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만5000명 줄면서 202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바 있다. 

 

내수 전망도 밝지 않다.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은 이날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서비스소비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 속도가 빨라졌으나, 팬데믹 이전 추세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크게 높은 데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주택경기도 주요국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따른 역자산효과 및 이주 시 수반되는 내구재(가전·가구 등) 소비 위축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청년도약계좌 취급기관 모집 및 운영방향에 대한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간 5000만원’ 청년도약계좌 오는 6월 출시

 

매달 70만원씩 5년을 모을 경우 5000만원 내외의 적금 형성이 가능한 ‘청년도약계좌’가 6월부터 출시된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도약계좌 취급기관 모집 및 운영방향 중간발표’ 브리핑을 가졌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도입을 약속한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기본 상품 구조는 가입자가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5년 만기 적금 상품이다. 개인소득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만19∼34세 청년이 대상이며, 병역 이행 기간은 최대 6년간 연령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 금융위는 금리 수준은 취급기관이 확정된 이후 금융협회 홈페이지 등에 공시할 예정이며,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향후 금리 수준에 따라 변동 여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만기 때 5000만원 내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소득 정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기여금을 받는데, 연봉이 낮을수록 정부의 기여금 지급 한도가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정부의 기여금 최대한도는 월 2만4000원이다. 개인소득 6000만원 초과 7500만원 이하이면 정부 기여금 없이 비과세 혜택만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소득 2400만원 이하 등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저소득층 청년에게는 0.5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다른 상품 이용자도 중복해 가입할 수 있고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만기 후에 신청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5년으로 긴 만큼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해지 시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금융위는 6월부터 취급 금융회사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신청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