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라 일요일 마트에 올 때마다 쉬는지 안 쉬는지 헷갈려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하고 헛걸음할 때도 많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이제 무조건 (일요일에) 마트가 문을 여니 너무 편리하고 좋아요.”(대구 북구 주부 이정미씨·42)
“대형마트가 이젠 주말에 맞춰 집중적으로 이벤트를 하더라고요. 상권 경쟁이 심해져서 우리 같은 동네 장사꾼들만 손해를 보진 않을까 걱정입니다.”(대구 수성구 한 정육점 점주)
일요일인 지난 5일 오후 대구 북구에 있는 이마트 칠성점은 장을 보러 온 소비자로 북적였다. 칠성점 입구에는 지난달 13일부터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이라는 대형 펼침막도 붙어 있다. 이 점포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대구시와 협의해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주말 ‘마트 공룡’ 부활
대구가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 한 달여 가까이 지나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13일부터 휴무일을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로 변경했다. 대상은 대규모 점포 17곳,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총 60곳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은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지만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의무휴업일 평일 지정도 가능하다. 전통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대구상인연합회가 먼저 건의했다.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통한 상권 활성화를 택한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지역 유통 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도모하고 시민에게도 공휴일 쇼핑의 편익이 제공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중 51곳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상태다.
반발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방침에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 노조)은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들도 경기침체에 이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잡화상을 운영하는 최모(58)씨는 “예전엔 주말이 ‘대목’이었지만 길 건너 마트가 일요일에도 영업하면서 아무래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의무휴업 규제 완화 ‘성큼’
유통업계는 대구시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인 변화로 인식하고 연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애초 취지인 골목·주변 상권 보호에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소비성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받은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자료에 따르면 의무휴업이 일요일인 대형마트 주변 상권은 매출이 8~25% 감소하고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수요일 의무휴업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상권 매출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의원은 “지역 여건에 맞게 의무휴업일의 요일을 정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권한 위임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살리기 효과도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결과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효과가 없다고 답한 이유로는 응답자 중 70.1%가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김진수 경상국립대 교수(경영학과)는 “현재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공세에 소비 침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평일로 휴업일을 옮기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