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엘리자베스 윌슨/장호연 옮김/돌베개/5만5000원
“삶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어. 특히 물질적인 면에서 말이야. 지금 (집안) 빚이 244루블이네…. 채권자들이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 다들 어찌나 집요한지 몰라. 작곡은 잠깐 쉬고 있어.”(쇼스타코비치가 19살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
“쇼스타코비치가 1960년 당에 입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망가졌다는 사실이, 우리의 체제가 천재를 망가뜨렸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고통의 화신이라고, 우리 시대의 비극과 공포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이해합니다.”(작곡가 소피야 구바이둘리나)
책은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인 쇼스타코비치(1906∼1975)에 관한 전기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의 삶 전체를 심도 있고 입체적으로 그려 내기 위해 쇼스타코비치 본인은 물론 그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인물의 증언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도서와 자료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자 인터뷰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래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지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듣하다. 아울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과 상황, 반응, 평가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분석이 어우러져 단순한 전기로 읽히지 않는다. 쇼스타코비치를 다룬 여러 책 중 분량과 형식, 내용 면에서 독보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