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야생조류가 집단폐사한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살포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46건을 분석한 결과 11건(23.9%)에서 농약 성분을 검출했다고 13일 밝혔다.
폐사한 야생조류 164마리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전남 순천에서 흑두루미(5마리)와 큰기러기(1리), 새매(2마리) 등이 발견됐고, 강원 철원에선 독수리(5마리)가, 충남 태안에선 큰기러기(5마리)가 각각 확인됐다.
폐사한 야생조류에서는 엔도설판, 카보퓨란, 포스파미돈, 메소밀 등 농약이 검출됐다.
카보퓨란은 인체에 암을 유발하거나 장기 손상을 부를 수 있어서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비롯해 캐나다와 유럽연합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메소밀은 음독 사건에 자주쓰여 2015년부터 사용이 금지됐고 엔도설판은 높은 농약 잔류성과 생물농축 특성 때문에 2012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됐다.
야생조류는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물과 땅에 남아 있는 농약을 미량 섭취하게 되지만 폐사하지는 않는다.
환경부는 “일부러 농약을 볍씨에 섞어 살포하는 경우 고농도의 농약을 한꺼번에 섭취해 폐사한다”라며 “상위포식자인 독수리나 새매 등도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사체를 먹고 중독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고의로 살포하는 것은 야생생물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면서 "앞으로도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을 분석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엄중히 조치하도록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유독물·농약 등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죽이는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야생생물을 죽이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야생조류 이상개체 및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중독이 확인될 경우 1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단 한 장소, 한 시점에 5마리 이상이 농약중독으로 폐사하여 발견된 경우만 해당된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달 13일에도 강원 고성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7마리, 이튿날 전북 김제시에서 폐사한 큰기러기 7마리 등도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검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