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2030년까지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가 문재인정부가 정한 상향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특성상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데, 문재인정부 당시 산업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갑작스럽게 두 배 이상 상향하면서 ‘과속’ 논란까지 제기됐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용역의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업 부문이 2030년까지 달성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규모는 2018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2억6050만t)의 5%인 1300만t에 그쳤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 같은 보고서와 공식 의견서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에 제출하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 조정 방안을 협의 중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21년 10월 발표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온실가스를 14.5%(감축량 3800만t) 감축하겠다고 대폭 상향했다. 이는 NDC를 26.3%로 정한 기존 안에서의 산업 부문 감축률이 6.4%(감축량 1670만t)였던 것과 대비해 감축 의무가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시 탄녹위는 정부의 상향안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감축 목표를 의결했다. 문 정부 당시 국무회의에서도 탄녹위의 안을 심의해 변동 없이 확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NDC 상향을 알리면서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NDC 상향안은 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부품·조선·발전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와 현재 기술 수준 및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8.4%로, 유럽연합(EU·16.4%)이나 미국(11.0%)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영국·프랑스(60년·1990∼2050년), 독일(55년·1990∼2045년) 등의 선진국은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마련해 이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짧은 기간에 많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속’ 논란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전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두 배 이상의 상향 목표를 제시해 적지 않게 당황했다”며 “당시 정부가 상향된 NDC 기준을 어떻게 외교에 활용했는지는 몰라도 비현실적인 목표 때문에 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