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9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만나 최근 윤석열정부가 일본에 제시한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역사를 기억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대를 위한 미래 지향적 대안도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강제동원 해법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미 해군 4성 장군 출신으로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뒤 한국에서 일했던 해리스 전 대사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로 한·일 관계와 한·미·일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석열정부는 미국의 핵 능력, 기획, 집행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관여하기 원한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자. 확장억제를 위한 협의는 충분히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능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국 주도 나토식 핵공유 가능성은.
“한·미·일 3국 간 핵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 이르다. 나토는 다자 안보 동맹이고, 태평양의 경우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양자 동맹을 맺고 있지만 3국 동맹은 없다. 3국 간 핵 계획은 너무 성급하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까.
“핵실험을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고, 핵실험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연합군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억지력은 그들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제재 완화, 핵 보유, 한·미동맹 분열, 한반도 지배라는 네 가지를 원한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희망만으로는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대화와 군사적 준비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줄여서는 안 된다. 유화에 의한 억제는 전혀 억제가 아니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이다.
“한·미동맹이 한국뿐 아니라 역내 안보와 번영을 크게 향상했다고 믿는다. 지난 70년 동안 역내 안정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미동맹의 장래가 더 밝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주한국대사로 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문화를 사랑한다. 한국은 세계 문화 강국이 되었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등 한국인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재임 중 경험한 음식, 사람, 모든 문화적 경험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