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형행사 줄예약… ‘마이스 중심지’ 부활 날갯짓 [지방기획]

포스트코로나 재도약 나선 벡스코

2022년 ‘G-스타’ 등 행사 992건 개최
전시장 가동률 코로나 전 수준 회복
2023년 기후산업박람회·바리스타 대회 등
부산 지역산업 윈윈 전략 기회 모색
지자체 협력 ‘제3전시장’ 건립 속도
첨단 분야 국제회의 유치에도 총력

부산지역 마이스(MICE, 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및 이벤트) 산업이 태동하던 2001년 출범한 ‘부산 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는 부산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규모는 제1·2전시장을 합쳐 4만6000㎡에 이른다. 일반 전시장 외에 오디토리엄(극장과 콘서트홀 내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장소)과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컨벤션 및 회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벡스코 전경.

벡스코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2014·2019년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3차례에 걸친 다자간 정상회의를 비롯,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세계개발원조총회, ITU텔레콤월드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부산을 국제회의 개최 순위 12위 도시로 올려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벡스코는 올해 경영 목표를 ‘포스트 코로나 선도를 통한 제2의 도약’으로 정하고, 재편되는 마이스 산업에서 다시 한번 성장을 노리고 있다.



◆마이스 산업 정상화와 ESG 경영문화 확산

벡스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이스 산업 회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이스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나, 지난해 992건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전시장 가동률을 56%로 끌어올려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상회복 흐름에 맞춰 부산국제모터쇼와 국제게임전시회(G-스타) 등 대규모 행사를 정상 개최하면서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신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새로운 마이스 트렌드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전시회를 통해 부산시 추진사업을 지원하고, 제3전시장 개관에 대비해 벡스코 대표 전시회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자료=벡스코 제공

첫 테이프는 올해 5월 개최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다. 중앙정부를 비롯한 부산시와 기업들이 함께 만드는 민·관 합동 형태의 탄소중립 관련 대규모 국제행사다. 콘퍼런스에서는 한국 대표 최고경영자(CEO)와 주요국 시장, 기후위기 관련 국제기구 및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여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토의한다.

전시회는 미래 모빌리티부터 다양한 친환경에너지 기술을 다루는 특별관으로 구성된다. 해당 전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주제와도 닿아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고, 향후 탄소중립 중심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또 ‘커피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코리아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하고, 내년에 세계커피챔피언십 유치에 나선다. 다음달 열리는 ‘2023 KNBC & SCA MARKET’은 세계커피챔피언십에 참가할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회 및 이벤트가 열려 부산의 커피 산업과 마이스 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사업 강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시회 규모 확대 및 국제화로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산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해양과 신발패션 분야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지역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또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 스마트 물류 관련 전시회를 개발해 지역 산업과의 동반성장 구조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국내외 바이어들과 참가 기업을 연결시켜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국내외 협회·단체와 해외 전시 주최자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행사를 유치한다.

대표주자는 올해 6월 개최되는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으로, 철도차량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 및 모빌리티까지 품목을 확대한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를 동시에 개최해 대형화와 함께 국제화 수준을 높여갈 계획이다.

OSJD는 유라시아 철도의 국제표준을 수립·관장하는 국제기구다. 29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각 나라 장관을 비롯해 독일 국영 철도 운송회사 도이치반과 프랑스 철도 운영 법인 프랑스철도공사 등 주요 철도 운영기관과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등 OSJD와 협력하는 국제기구 및 관련 기업 사장단도 참석한다.

벡스코는 장기적인 미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부산시와 공동으로 제3전시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시행사 수요 증가에 따라 전시공간이 포화될 것을 대비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마이스 복합시설 확충에 따른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3전시장 건립사업은 올해 국제 설계 공모를 통해 공모안을 선정한다. 기본설계용역을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제3전시장이 완공되면 세계적인 대형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반 컨벤션 강화

벡스코는 국내 최초로 전시·컨벤션센터 중 모든 컨벤션홀에 실시간 중계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했다. 컨벤션홀 전 회의실을 연결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화질의 영상과 음향을 안정적으로 송출할 수 있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회의가 가능해졌다.

기존 스크린을 고사양 해상도를 갖춘 LED 전광판으로 교체하고, 고화질 영상을 요구하는 의학 및 첨단산업 분야 국제회의 유치에 경쟁력을 확보했다. 향후 국제선 증편 등으로 국제교류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대형 컨벤션행사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국제회의는 의학·과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최된다. 먼저 아시아 10개국 이상 1700여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모여 최신 수술 기법과 정보 등을 교류하는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가 5월 열린다.

이어 6월에는 전 세계 엔진 관련 1000명 이상 전문가들이 참석해 엔진 및 관련 부품의 전시회와 기술 콘퍼런스로 펼쳐지는 ‘제30차 국제내연기관협회회의(CIMAC)’가 열린다.

또 현미경을 통해 연구하는 의학·공학·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과 관련 산업계 전문가들도 대거 벡스코를 찾는다. 현미경 연구 분야 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열리는 ‘세계현미경연맹총회(IMC20)’가 9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이 밖에 세계 의·과학 분야 2000여명의 전문가들이 단백질에 대해 논의하고, 신약 개발 촉진 등에 대한 연구를 공유하는 ‘세계단백체학회 학술대회’도 개최된다.

벡스코는 대형 컨벤션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시·부산관광공사와 ‘원팀’ 전략으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손수득 벡스코 대표이사.

◆손수득 벡스코 대표이사 “유망 전시회 발굴·육성  글로벌 전시경쟁력 강화”

 

“올해는 벡스코의 글로벌 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3전시장 건립을 준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제8대 벡스코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손수득(사진) 대표이사는 30년 이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9년 코트라에 입사한 뒤 인재경영실장과 북미지역본부장, 혁신성장본부장, 경제통상협력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말 벡스코행 열차에 올랐다.

 

손 대표는 “전 임직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점을 통한 부산 경제 활성화와 마이스 산업 재도약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벡스코는 지난해부터 국내 마이스 산업 부활을 위해 부산시, 부산관광공사와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잠정 중단됐던 부산국제모터쇼와 국제게임전시회(G-스타),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연거푸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벡스코는 지난해 마이스 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2년 지역산업 균형발전 유공포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부산시 경영평가에서도 6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마이스 경쟁력 확보·제3전시장 건립·경영혁신을 3대 목표로 정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문화 확산과 지역 탄소중립 활성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기존 G-스타·철도수송전 같은 전시행사를 세계적인 행사로 키우고, 드론·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유망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장기 발전을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국제 관광도시로 선정된 부산시가 커피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에 착안해 새로운 전시문화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는 “새로운 전시회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흑자 기조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