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름을 어울림으로…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을 겪으면서 각국 경제성장은 멈추었고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현상은 심화됐다. 전 세계는 지금 사회구조 개선 방안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기 둔화와 양극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민 배경을 지닌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사회통합의 길은 멀고 험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0만명. 여기에 결혼 이민자 자녀, 귀화자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이민 배경 인구는 어느덧 300만명을 훌쩍 넘는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이민 인구 관리 및 사회 정착 지원을 위한 비용은 매년 증가 추세이며, 올 한 해 예산은 3000억원을 웃돈다. 이 엄청난 예산은 모두 국민 혈세로 충당되며, 사회적 부담은 높아져 간다. 여기저기서 ‘외국인만 챙긴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이 같은 불균형은 사회통합을 저해하여 지속적인 공동체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우리보다 앞서 이민을 확대하고 사회통합을 이룬 이민 선진국들 사정은 어떨까.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갈등과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정착·허가 수수료 등을 매겨 재원을 조성·운용하는 형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입국과 체류 과정에서 내는 수수료와 각종 과태료 등이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낮다. 이를 점진적으로 현실화해 우리나라 현실에 알맞은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제도를 도입하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기금의 원천이 외국인·이주민이 지출한 비용으로 조성되고, 그 자신이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한국 사회 정착에 대한 자존감을 스스로 높일 수 있다. 또 수익자부담원칙에 의거해 사회통합 비용을 충당함으로써 국민의 조세 저항을 줄이고 국민적 반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외국인만 챙기느냐는 국민에 대한 역차별 논란의 여지도 해결할 수 있지만, 미래 우리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기에 시야 확장이 더없이 필요한 때이다.

이민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이기에 정부 부처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금설치 시 법무부의 조기 적응 프로그램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용 등을 위한 이민자지원 예산, 고용노동부 외국인 고용 관련 예산,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 등을 포괄해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이민 문제 개별현상에는 부처별로 대응해서는 안 되며 인구·종교·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 각 부처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칸막이를 낮추고 서로 협력하여 이민자 사회통합기금 설치는 물론이고 이민정책중앙컨트롤타워(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 상생하는 사회 환경이 조성되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