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를 물로 보고 있나.” “주주는 호구가 아니다.”
15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580만 ‘동학개미’를 대표하는 주주들이 모여 성토를 이어가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진땀을 흘렸다.
이날 주총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주주가치 제고를 주문하는 성난 주주들의 외침이었다. 한때 10만원대를 바라봤던 삼성전자 주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침체로 최근 ‘5만전자’, ‘6만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주주는 “10만원 가까이에 주식을 샀는데 지금 6만원 턱걸이”라며 “주주를 물로 보고 있나, 어떻게 이렇게 주식 관리를 하고 있나”고 질타했다. 주가 관련 발언이 끝나면 장내에서 지지의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경영진의 답변이 모호하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주총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답변이 너무 두루뭉술하고 동문서답”이라고, 또 다른 주주는 “주주는 호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부회장은 “사실관계 등 확인이 필요해 답변이 어려웠다”며 사과했다.
한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의 노력과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 온 비결은 본질에 집중한다는 평범한 진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상정된 한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은 모두 원안 가결됐다. 당초 관전 포인트로 예상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SDS도 이날 서울 송파구 본사 사옥에서 제38기 정기 주총을 열고 문무일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최근 정부가 국적선사인 HMM 민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시장 일각에서 불거진 HMM 인수설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로 답변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