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게서 소개받은 변호사를 사실상 ‘집사’로 활용해 검찰 수사 등을 보고받으며 범죄 수익 390억원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변호사는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15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김씨 공소장엔 김씨가 2021년 11월22일 첫 구속 기소 전후로 변호인단의 A 변호사를 통해 화천대유 최우향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에게 범죄 수익을 은닉하고 은닉한 재산을 활용할 방안 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세세히 담겼다. 김씨는 변호인 접견이 녹음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A 변호사를 매개로 옥중에서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김씨는 2021년 9월 김 전 총장을 통해 A 변호사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김씨는 같은 해 11월 A 변호사에게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가 곧 진행될 것이란 정보를 보고받고, 최씨와 이씨에게 계좌가 동결되기 전 돈을 수표로 인출해 농지를 사들일 것을 지시했다. 최씨가 화천대유에서 500억원을 배당받는 방안도 A 변호사와 논의했다.
김씨는 또 A 변호사를 통해 정치권 인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수사 상황까지 보고받았다. 공소장엔 “김씨는 2021년 11월∼지난해 1월쯤 A 변호사와 접견 등을 통해 정진상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점과 관련해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을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했다. 얼마 뒤 A 변호사에게 ‘캠프에서 잘 챙기니 절대 출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 인사는 특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정 전 실장이 검찰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보도되자, 김씨는 A 변호사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A 변호사는 이틀 뒤 김씨를 접견해 정 전 실장이 김씨와 1년에 20차례 넘게 통화한 사실을 조사받았다고 전했다. 정영학 녹취록이 20대 대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4∼5월 구속 만기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을 우려해 A 변호사에게 ‘김 전 총장이 나서 달라’고도 했다. 영장은 결국 발부됐다.
A 변호사는 “검찰이 변호인의 접견 노트를 압수해 노트에 적힌 단어 몇 개로 교신 내용을 추측해 기재한 것”이라며 “재산 처분 등 관련 행위에 불법적으로 관여하거나 정치권과 연락한 적 없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을 전면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광주·부산지검 검사 2명을 파견받아 수사팀을 충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