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 구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그리고 한·일 안보협력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북한도 고강도 무력시위로 맞서는 모양새다.
◆한·일 정상회담 의식했나… 군사력 과시 목적도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ICBM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 및 한·일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은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에 압도적 힘을 과시함으로써 도발 억제 효과를 추구해왔다. 3국 협력에서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에 대한 반발로 ICBM을 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9일부터 2∼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오늘(16일)을 택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 발사,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발사,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 순서로 도발 수위를 높이다가 윤 대통령 출국일에 고강도 도발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미 연합훈련뿐 아니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양국 군사협력 강화 조짐에 대한 반발도 있다”며 “이 같은 무력시위는 윤석열정부의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노력에 힘을 보태주게 되어 북한에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군사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대규모 연합훈련 기간에는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쐈다. ‘화성-15형’보다 비행거리가 늘어나 정상 각도로 쏘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자하면서 군사력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중단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발사로 ICBM 능력을 통해 미국에 대항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술적으로 정상 각도 발사를 위한 예행연습, 4월에 있을 정찰위성 발사의 준비·점검 단계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北 ICBM, 33분 만에 미국 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