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오전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ICBM을 쏜 것은 지난달 18일 화성-15형을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지난번이 화성-15형의 실전배치 과시용이었다면 이번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노림수다.
ICBM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가 진행 중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계획된 훈련도 강도 높게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NSC를 열어 “동맹국과의 협력을 한층 긴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정상 간 공조가 확인된 셈이다.
북한은 연합연습 시작 전날이던 지난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을 쐈고, 9일에는 근거리탄도미사일(CRBM)급 사거리의 미사일 6발을 발사하는 등 최근 도발 빈도가 크게 늘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훈련 등을 계기로 전에 없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때마침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미·일 안보 3각 공조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북한이 곱게 볼 리 없다.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정세 주도권이 자신들한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 들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북한이 쏜 ICBM은 지난달 북한군 열병식에서 등장한 고체연료 추진 ICBM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럴 경우 액체연료 ICBM에 비해 탐지와 추적 등 대응이 훨씬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북핵 위협이 미국 본토를 향할 경우 한반도는 뒷전일 것이라는 이유로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의심받는 상황 아닌가. 이번 회담이 일본과 안보협력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실질적인 핵억제 공약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을 공급받는 약속을 받아낸 것처럼 우리도 한반도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택지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잇단 도발이 한·일 양자, 한·미·일 다자 안보 결속만 되레 공고히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