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생중계 중 마약 논란… 전문가 “굉장히 위태로워 보여”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관한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전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27)씨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전씨는 17일 오전 5시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모든 걸 자수하겠다”고 예고한 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카메라 앞에 선 전씨는 방송 도중 각종 마약을 언급했고,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잇달아 투약했다.

 

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라고 밝힌 전우원 씨가 유튜브 생방송 도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알약을 삼킨 뒤 흐느끼고 있다. 전우원 씨 유튜브 캡처

이후 그는 한국어와 영어로 “죄송합니다. 무섭다. 살려주세요”라며 횡설수설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흐느끼는 등 환각 증세를 보였다. 몸을 심하게 떨고 방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방송을 시작하고 1시간30분 정도 지났을 때 현지 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전씨가 사는 미국 뉴욕의 아파트에 들어와 그를 끌어내면서 방송은 종료됐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전씨의 주장을 무조건 믿기는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씨가) 객관적 증거를 갖고 있기보다는 굉장히 원론적이고 광범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환각 증세를 보인 이번 방송으로) 앞으로는 이 사람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게 됐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마약 의존증적 판타지인지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씨의 유튜브 채널 이름이 ‘예수그리스도’라는 점에서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본인도 고백하고 박해받다가 구원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나도 처벌하라’고 하는 것은 이를 통해 구원을 받겠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를 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전씨의) 약물 의존 기간이 꽤 됐고, 망상적 사고도 진행된 것 같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전씨의 발언이 사실이냐, 처벌이 가능하냐 여부를 떠나 “마약 중독 면에서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으로 보여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이라며 “한 사람의 얘기에 과하게 의존해 증거가 있는듯 단정하기보다는 현재로서는 모호한 상태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치료 이후 진술을 추가로 받아서 근거가 있다면 그때 수사해도 된다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 폭로성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관심을 끌었다. 이날 유튜브 생중계 전에는 인스타그램에 “본인이 사회적 저소득층인 것을 증명하는 모든 분에게 페이팔로 100불(한화 10만원 이상)씩 보내겠다. 최소 몇 백명에게 간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도 17일 유튜브 생중계 이후 접속이 불가능했다.

 

검찰은 이러한 폭로와 관련해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경찰도 비슷한 수준에서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자금 조성 등의 재수사가 착수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수사가 이뤄진 업체들이 많고, 범죄수익 은닉의 공소시효도 7년에 불과해서다. 전씨가 미국 유학비와 생활비를 연희동 가정부 명의로 송금 받았다고 주장한 것 관련해서도 외국환거래법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하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약 1천283억원으로, 922억원이 더 남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