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서 벗어나려면…면역 치료가 답

이서영 서울대병원 교수 "알레르기 비염·결막염서 가장 효과 좋고 천식·난치성 아토피 피부염에도 일부 효과. 집먼지진드기, 고양이·강아지 털, 꽃가루 등도 면연 치료 가능"
봄철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교차가 커지면서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은 이맘때 적잖은 고통을 겪는다. 기관지나 코 점막이 예민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 알레르기 환자들은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으로 인해 피부가 예민해지고, 환절기에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알레르기 치료 방법에는 주변 환경을 회피하는 ‘환경요법’이나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치료’ 등이 있는데, 이중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면역치료’가 중요하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로 인해 생기는 병이다. 알레르겐의 종류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조직에 따라 여러 유형을 나타내며, 주된 질환으로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음식물 혹은 약물 알레르기 등이 있다. 

 

질환의 진단에는 특징적인 증상, 발병 시기, 환경, 노출 물질, 가족력 등이 도움이 된다. 치료 방법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적 자극들을 피하는 회피요법, 항히스타민제, 흡입·비강·피부 도포 스테로이드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치료 등이 있다. 

 

특히 알레르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원인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신체의 과민한 면역반응을 덜 예민한 쪽으로 바꾸는 ‘면역 치료’가 있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를 뿌리 뽑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이서영 교수는 강조한다. 

봄철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이서영 교수는 “알레르기 면역 치료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매우 낮은 농도의 알레르기 물질을 규칙적으로 증량 투여해 더 이상 원인물질에 반응하지 않도록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방법”이라며 “너무 연로하거나 임신 중에는 면역 치료는 시행하지 않고 그 이외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레르기 면역 치료 대상 질환이나 항원이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면역 치료 전 알레르기 확인 방법으로 피부 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먼저 하고, 선행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는 항원이 자신의 알레르기 증상과 같으면, 이때 면역치료를 결정하고 진행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에서 가장 효과가 좋고, 천식이나 난치성 아토피 피부염에도 일부 효과를 볼 수 있다”라며 “항원 측면에서는 특정 항원에 대해 감작이 돼 있으면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집먼지진드기, 고양이나 강아지 털, 여러 꽃가루 등이 면역 치료를 할 수 있는 항원”이라고 전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에는 크게 피부에 주사를 놓는 ‘피하면역치료’와 혀 밑에 원인물질을 떨어뜨리는 ‘설하면역치료’로 나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3~5년 지속해야 한다. 

 

피하면역치료는 의료진이 알레르기원인 물질을 주사로 주입하는데, 초기 3개월 정도는 주 1회, 그 이후에는 월 1회 주기로 투여한다. 

 

반면 설하면역치료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추출물을 혀 아래 점막에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이어서 환자 스스로 집에서도 시행 가능한 방법이다. 다만, 설하면역치료는 집 먼지 진드기에 한해서 시행이 가능하다.

봄철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피하면역치료의 경우 주사 부위가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붓는 증상이 며칠 지속될 수 있고, 설하면역치료의 경우에도 국소적으로 혀 밑이나 입술이 붓고 입 주변이 가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알레르기 약을 투여하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교수는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질환을 뿌리 뽑는 유일한 치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효과가 많이 증명돼 있지만, 치료 전 알레르겐과 개인별 증상의 상관관계를 100% 수치화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피부 반응 검사에서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해 반응이 세게 나왔으나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집 먼지 진드기 이외의 온도 차이나 미세먼지 등의 다른 요인들 때문에 증상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고 반응을 확인하면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꼭 3~5년 치료를 지속하지 않고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경우에는 5년을 채워 치료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면역치료가 종료된 이후 약 10년까지도 오랜 기간 치료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염증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현재 본인이 증상이 있는 상태라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면역치료는 향후 특정 항원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재발 방지 치료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