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비트코인 가격이 70% 넘게 급등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75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를 비롯해 FTX 파산 사태를 맞으며 2000만원대 초반까지 무너졌지만 올해 미국의 긴축완화 가능성에 힘입어 어느덧 3600만원을 넘어섰다.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 등으로 증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상자산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4년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와 금리 안정 기대감으로 올해 초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미국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로 가상자산 시장이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국내 가상자산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 빠른 투자자들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눈을 돌려 파생상품 등 다양한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상승 이끈 비트코인
◆테마 따라 오르는 알트코인
알트코인은 테마 종목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계 코인인 콘플럭스(CFX)와 네오(NEO)는 지난 17일 기준 한 달간 각각 418.35%, 41.83% 상승했는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이 최근 가상자산 거래 허용을 논의하면서 중국계 코인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콘플럭스는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 심(SIM) 카드인 BSIM 카드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중국의 2위 이동통신사 차이나텔레콤과 제휴 계약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한 달간 232.9% 상승한 스택스(STX)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와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 영향을 받았다. 스택스는 스마트 콘트랙트(계약 조건을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게 하는 프로그램)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 레이어2(L2) 코인으로 최근에는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선물거래 상품으로 상장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최초로 SEC 승인을 받았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쟁글은 위믹스(WEMIX)와 마브렉스(MBX), 엑스플라(XPLA) 등 게임 관련 알트코인의 약진에 주목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팀장은 “위믹스를 필두로 마브렉스(모두의 마블), 엑스플라(크로노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등 한국 게임사들의 블록체인 게임 출시가 연중 내내 이어질 예정”이라며 “이는 블록체인 게임의 레벨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 눈길 돌리는 투자자들
투자자들은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 나아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해외 거래소를 찾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금지된 가상자산의 레버리지 상품 등 고위험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는 것이 용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나무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거래소는 업비트(47.4%)와 빗썸(17.2%)이었지만 3위와 4위는 바이낸스(8.3%), 바이빗(6.8%)으로 해외 거래소가 차지했다. 같은 기간 웹으로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한 사용자로 한정하면 바이빗의 점유율이 22.8%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업비트(17.7%), 3위 빗썸(16.4%), 4위 바이낸스(14.4%) 순이었다.
FTX 파산 등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을 사더라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구매하는 것에 그친다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기반이 성장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홍 연구원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동시에 디지털자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단기 상승 동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