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비판했는데…은행 예대금리차 2개월 연속 확대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 간 차이)가 2개월 연속 확대됐다. 대출 금리에 비해 예금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탓이다. 정부의 ‘돈 잔치’라는 질타에도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을 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36%포인트로 전월 평균(1.18%포인트)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0.73%포인트) 이후 2개월 연속 차이가 커졌다.

지난 16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설치된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은행권의 마진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은행권에서는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의 금리가 높아, 이를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진다는 지적에 이후 일부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예대금리차가 따로 공개되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가파르게 내리면서 차이를 키웠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3.51%로 전월(3.80%) 대비 0.29%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0.11%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KB국민은행이 1.48%포인트로 5대 시중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1.46%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하나은행(1.32%), 신한은행(1.06%)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전월 대비 0.39%포인트 확대돼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KB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전월 대비 금리 폭이 감소했다.

 

정부와 당국이 지난달 금융권에 ‘고금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 후에도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지면서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를 비롯해 기준·가산·우대금리 등 대출 금리의 세부 항목도 공개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공시를 세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및 단기성 예금 비중 확대로 예대금리차 인하 효과가 다소 축소됐다“며 “2월말과 3월 중순에 시행한 두 차례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는 3월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시에 참여한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6.48%포인트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4.90%포인트)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