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 잃은 60대 여성 측 “국과수 조사 부실로 누명”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60대 경찰 조사 앞서 기자회견...피해자 父인 아들 "어머니 죄 없어"
변호사 "차 제조사에 면죄부 줬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차량(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12세 손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급발진 의심사고로 12살 손자를 잃은 할머니(68)와 아들, 변호사는 20일 강릉경찰서 첫 경찰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과수의 조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급발진 의심사고 운전자인 할며니 A씨와 그의 아들,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사고 경찰조사를 위해 강릉 경찰서를 찾았다.

 

하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는 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리게 되면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 변호사는 사고 5초 전 차량의 시속이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500까지 올랐으나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되는 점을 들어 급발진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적인 급가속과 급발진의 엔진 소리가 다르다는 자동차 학계의 논문, 미국에서 실시한 인체 공학적 분석 결과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오조작 사례는 7000여 회 중에 단 2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 특이점으로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으며 이를 검사하지 않은 국과수의 검사가 부실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의 아들이자 숨진 아동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의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서 관련법이 꼭 개정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12살 손자가 숨지면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이날 변호인은 강릉시장, 강원도의원 49명 등 총 7296부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