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슈퍼주총 시즌 개막…주주제안 2배 급증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지난해 12월 결산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이 이번 주 주주총회를 갖는다. 올해 주총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등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여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이들은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주가 변화가 주목된다.

 

국내 주식시장은 선진국의 은행 위기 속에 혼조세를 보였다. 전통시장의 불안과 달리 금과 비트코인 등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인 금은 20일 8만3000원대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5일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주주제안 2배 급증…주주 목청 커졌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509개사 중 586개사(23.4%)의 정기 주총이 이날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코스피 299개사, 코스닥 278개사, 코넥스 9개사가 이번주 주총을 연다.

 

올해 주총의 특징은 주주제안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44개사로 전년(28개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안건별로 보면 현금·주식 배당을 요구하는 제안이 25건으로 전년(13건) 대비 2배가량 늘었고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제안이 15건에서 27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1건에 불과했던 주식 취득·소각·처분 제안은 올해 10건으로 급증했다. 정관을 변경하는 제안도 8건에서 17건으로 늘었다.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전자투표 플랫폼 서비스는 예탁결제원과 삼성증권 2곳이 제공하고 있다. 전자투표를 위해 삼성증권과 계약을 한 기업은 올해 820개사로 2019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케이-보트(K-VOTE)’와 계약을 한 업체도 지난해를 뛰어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보트를 활용해 3월 정기 주총을 실시한 기업은 2018년 483곳에서 지난해 974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도 올해 주총의 관심사다. 2021년 27개에 불과했던 행동주의 대상 기업은 지난해 47개로 증가했다. 오는 23일 광주신세계 주총에서는 주주 김남훈씨 등이 모인 소액주주 연대가 제안한 현금배당(3750원) 확대와 배일성 회계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 등을 다룬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오는 24일 BYC 주총에서 오너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촉구하며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다.

 

다음주에도 KT&G를 둘러싼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인디자산운용의 공세가 이어진다. 이들은 KT&G 경영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사외이사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얼라인파트너스도 JB금융지주에 현금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 대상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23%로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및 저평가 해소의 상승여력을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정부가 ‘깜깜이 배당’ 개선을 위해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다음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배당절차 변경을 추진하면서 현대차, 포스코 등 기업들은 이번 주총에서 관련 안건을 다룬다. 올해 정관이 변경되면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배당액을 보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 로이터·연합뉴스

◆ CS 위기 수습에도 자산시장 혼조세

 

국내 자산시장은 20일 전 세계 금융 당국의 크레디스위스(CS)발 위기 수습 노력에도 혼조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올랐다. 가상자산과 금 시장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49포인트(0.69%) 내린 2379.2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 한때 상승하며 24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이후 후퇴했다. 스위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금융 불안정은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등 변수가 여전한 데다 금융 시스템 자체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2075억원 매도하며 장 하락세를 주도했다. 은행주는 이날 0.13%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354억원 매도했지만, 개인이 1342억원 매수하며 지수는 전일 대비 4.81포인트(0.6%) 오른 802.2에 마감됐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9원 오른 1310.1원에 마감됐다. 금융 시스템 불안에 따른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자산시장에 대해 “예측이 무효한 시장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확실성이 투자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다가온 점도 관망 심리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자산시장의 불안정성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연일 상승세를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3시40분 기준 3621만원을 기록했다. 금값은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64%(2930원) 올라 8만34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스1

◆ 유류세 인하 고민 깊은 정부

 

다음달 말로 다가온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정부가 연장 여부와 인하 폭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한시적 조치인 데다 세수 감소도 큰 만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를 각각 25%, 37% 인하하고 있는데, 다음달 말로 인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조만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연장 방향으로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되 인하 폭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단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세수 감소 부담이 큰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 세수는 11조1164억원으로 전년 실적 대비 5조4820억원(-33.0%) 감소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 한 해에만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든 셈이다. 올해는 자산시장 위축과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세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최근 유류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3월 셋째주(12∼16일)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4.3달러 내린 배럴당 78.3달러를 나타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96.8원으로 전주보다 9.8원 올랐지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3.9원 하락한 ℓ당 1546.2원으로 17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25%로 축소해 휘발유와 동일하게 하거나 휘발유·경유 인하 폭을 20%로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국제유가가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는 데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로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