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여권 원로들과 방일 외교 성과를 공유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위안부·독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 당 국책자문위원회 소속 위원 60여 명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국책자문위는 전직 장·차관, 전직 시·도지사, 전직 국회의원 등이 모인 당 상설위원회다. 당 원로들을 예우하고 국책자문위 활동을 격려하자는 차원에서 김 대표가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한일국교 정상화의 필요성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의 선제적 발표를 결심한 계기, 한일정상회담 소회 등 후일담을 전했다고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독도 문제를 거론했다는 일본 보도에 대해서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위안부 합의나 독도 문제를 언급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 관방장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언급을 한 것일 뿐, 기시다 총리가 발언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취지다. 독도·위안부 문제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랐는지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입장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한일정상회담이 끝나고 전혀 근거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당국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성과를 두고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는 야권에 대해서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23분에 걸친 '역대 최장'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방향성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한일관계 방향성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야 한다"고 한일관계 정상화 합의가 '대승적 결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