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신정2동에 살던 김모(29·여)씨는 울산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취업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2년여 만에 타향살이를 접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취직할 곳을 찾지 못했고, 현재 부산에 정착했다.
김씨는 “울산은 대기업이 많고, 다른 곳에 비해 일자리도 풍부하지만, 제조업 위주이다 보니 여성이 일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친구들도 직장을 찾아 울산을 많이 떠난다”고 말했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시도·성별 경제활동인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울산지역 여성 고용률은 47.1%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52.9%)보다 5.8%포인트 낮은 수치다.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64.4%)였다.
울산의 여성 고용률은 2011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2000년 울산지역 여성 고용률은 39.4%였고, 2005년 41.8%, 2010년 44.5%, 2015년 42.2%였다.
일할 만한 곳이 없다 보니 젊은 여성은 울산을 떠나고 있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의 ‘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울산지역 청년(만 19∼34세) 인구 중 50.1%가 여성이었지만, 2005년 48.6%, 2010년 46.8%, 2015년 45.1%, 2020년 44.4% 등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하반기 지역 청년 여성 1000명과 면접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남성 중심 산업 구조 때문(25.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성 일자리 부족, 적은 급여 때문(22.9%)’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청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관리·경영·금융·보험분야 일자리(49.1%)이다. 다음으로 교육·연구·법률·보건(19.7%), 사회복지·문화·예술·방송(11.4%) 관련 일자리를 원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제조업 편중이 높은 울산지역 일자리와 여성 희망 직종 간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분석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울산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제조업(15만6000명, 27.8%)이다. 다음으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5만7000명, 10.1%), 도·소매업(5만4000명, 9.6%), 건설업(4만6000명, 8.1%) 순이었다.
김혜정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울산 청년 여성이 안정적으로 취업할 곳은 은행·학교·공공기관뿐인데, 이들 직종은 진입이 어렵다”며 “여성 청년이 울산을 떠나지 않도록 대학 진학 때부터 반려동물 관련 사업, 스포츠, 광고, 뷰티 등 특화 전공을 지역 대학에 개설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