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모스크바 크레믈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만찬을 겸한 4시간30분간의 비공개 회동에 이어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A4 용지 15장 분량으로 새 시대 포괄적 협력 관계 및 경제 협력 발전 2개 분야의 합의가 들어 있다. 양 정상은 에너지·군사 협력 방안 등을 담은 다른 10개 문서에도 서명했다. 2022년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마주할 때보다 한층 밀착 행보를 과시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우크라이나와 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반미 연합을 공고히 한 점이다. 양 정상은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방안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 중단을 강력 요구하면서도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는 언급조차 안 했다. ‘피스메이커’를 자처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할 뜻을 밝혔던 시 주석이 외교적으로 전쟁을 합법화하고 부추긴 것이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의 핵잠수함 협력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다. 정상회담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기로 한 이상 중·러와 미국·서방의 진영 싸움은 격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