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법 국회 표결권 침해” 헌재 결정, 상식적이다

권한 침해 인정, 法 무효 청구는 기각
수사권 축소, 헌법 근거 없어 그대로
민주당 무리한 입법, 대국민 사과해야
헌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결론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지난해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3.3.23 yatoya@yna.co.kr/2023-03-23 10:01:4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어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기각해 법 자체의 효력은 인정했다. 헌재는 과거에도 절차상 문제는 인정했지만 시행 중인 법률안 자체를 무효로 한 사례가 없어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정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등을 포함한 절차적 정당성 부분과 개정 법률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민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것을 헌법과 국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해 법사위 안건 조정 절차를 무력화하고, 회기 쪼개기로 본회의 토론 절차를 차단했다. 헌재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한 제도를 무시한 건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한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위장탈당 등 무리한 입법 폭주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한 장관과 검찰이 검찰 수사권을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한 법이 헌법상 검사 권한을 침해했다고 신청한 사건은 각하됐다. 검찰은 수사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데 국회가 이 권리를 뺏는 건 삼권분립 정신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사의 소추·수사권은 헌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입법 절차의 중요한 부분이 위헌인데도 법률 효력을 인정한 것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헌재가 법 시행 이전에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회복) 시행령으로 수사권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법 따로 현실 따로 노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와 정부는 수사 역량의 약화는 결국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