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검찰개혁 ‘검수완박’…11개월 만에 ‘유효’ 판단

헌법재판소가 23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일환으로 추진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잇는 검찰 통제 장치를 마련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당시 여당이 단기간에 입법을 강행하면서 숱한 논란과 갈등이 파생됐다.

 

검수완박 입법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마침표’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2017년 당선 직후 ‘100대 국정과제’에 이 문제를 포함하며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듬해 정부는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고,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2020년 1월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그즈음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2022년 3월 20대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권한 축소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는 수사권 조정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해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였다. 검찰이 수사 개시에 나설 수 있던 형사사건을 경찰이 떠맡게 돼 사건 처리가 지연됐고, 검찰에서도 수사 개시 범위 제한으로 제때 수사를 할 수 없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검수완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2022년 4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172명이 6대 범죄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삭제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을 서두르다 보니 숙의 과정은 생략되고 정치권의 정략적 행태가 이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에 사·보임된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로 돌아서자 민형배 의원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이 돼 법사위에 참여했다. 무소속이 된 민의원을 야당 몫 1명으로 구성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를 구성, 법안 통과를 연기하려는 경우를 대비했다.

 

이후 2대 범죄(부패·경제)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 남기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양당이 가까스로 합의했다. 법안은 안건조정위 회의를 14분만에 통과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본회의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중재안 합의를 번복하기도 했다.

 

양당의 투쟁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의 강행처리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을 이용해 총력저지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 회기 쪼개기’로 맞섰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조기 종료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회기 쪼개기로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해 4월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3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권을 잡은 새 정부는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지난해 4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한 장관과 검찰도 검수완박 입법으로 헌법이 보장한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여기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검수완박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검찰이 수사 개시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의 범주를 시행령을 통해 공직자범죄 등으로까지 대폭 확대한 것이다.

 

신속한 결정으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던 헌재는 입법 11개월 만이자 심리 9개월 만인 이날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