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모으고 이미지 ‘업’… 사활 건 경쟁에 지역갈등도 [뉴스 인사이드-지자체 뜨거운 국제행사 유치전]

2025년 국내 개최 APEC 정상회의
부산·제주·인천·경주 추진기구 꾸려
사업비 1조원대 추산 2038 하계AG
대구·광주 공동유치 뜻 모아 곧 신청

2027 세계대학경기 열 충청 4개 시·도
“조직위 우리 도시에” 지자체 간 신경전
공동유치 비용 줄이지만 조율 쉽지않아

하계AG 유치 극적 합의 막전막후

“각종 수치 부풀려” 동의 않던 양 시의회
보완된 용역 결국 수용… 추진 동력 회복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스포츠, 회의(컨벤션) 등 굵직한 국제 행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구 중구체육회와 '2038 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유치'를 위해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길거리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국제 행사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제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공동 유치나 단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전체 예산의 일부를 정부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광역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최하는 소규모 국제 행사의 심사 대상을 기존 국비 10억원 이상 소요 사업에서 20억원 이상 사업으로 완화하면서 각 지자체의 국제행사 유치도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와 광주시는 최근 2038 대구·광주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동의안이 시의회에서 원안대로 의결되면서 유치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양 도시는 이달 대회 개최 계획서 등을 준비해 대한체육회에 국내 후보도시 신청을 한다. 국내 후보 도시로 확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심의와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게 되며 기재부의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 2024년 하반기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공동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1월 26일 광주 서구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2038하계 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유치 대시민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 제공

2038년 유치를 추진 중인 대구·광주 하계아시안게임은 45개국에서 1만5000여명이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는 국비 포함, 총 1조817억원으로 추산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체계적인 준비로 남부권 경제공동체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도 공동 유치에 나서 2027년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WUG·옛 유니버시아드) 유치에 성공했다. 4개 시·도 공동 개최로 비용을 분담할 때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지역 경제 활성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에이펙 개최지 유치전 ‘후끈’

2025년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유치전도 벌써 뜨겁다. 이미 2005년 한 차례 에이펙 정상회의를 개최한 부산을 비롯해 2005년 당시 부산시와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던 제주, 관문 도시 인천, 도시 전체가 역사 유적인 경북 경주까지 4개 도시가 정상회의 유치전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주는 2020년 ‘에이펙 유치 추진준비단’을 구축하고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에이펙 제주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 발족 및 100만인 유치 서명운동에도 돌입했다. 재유치에 나선 부산도 조만간 유치 준비를 총괄할 조직을 꾸리고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다. 시는 앞서 유치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검토 중이다. 이 보고서에는 재유치의 당위성을 알리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와 상승효과를 낼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주는 지난달 민간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섰다. 지난 10년간 에이펙 교육장관회의, 제7차 세계물포럼,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역량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인천은 지난해 말 범시민 유치위원회를 발족,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범시민 유치위원회는 국회, 시의원, 유관기관, 기업, 시민 등 100여명으로 구성됐다. 제1회 에이펙 회의는 1989년 11월 호주에서 미국·일본·뉴질랜드·캐나다·동남아시아국가연합 6개국이 참여해 열렸으며 2005년 부산에서 제13회 에이펙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에이펙은 우리나라와 미국·중국·일본 등 21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과열 경쟁에 ‘지역 갈등’ 우려

‘2027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를 공동 유치한 세종과 충북이 대회 조직위원회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시·도는 대회 컨트롤타워가 될 조직위를 유치해 대회 운영을 주도하면서 지역을 널리 알릴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 간 과열 경쟁으로 대회 개최지 선정 후 6개월 이내에 조직위를 출범시켜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조직위 입지로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어진동과 폐회식이 열릴 예정인 대평동 종합스포츠타운 인근 2곳 등 3곳을 후보지로 꼽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당 후보지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있어 협조받기 쉽다”며 “충청권의 중심부에 있어 접근성도 좋아 세종시에 조직위가 들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충북도는 전국 각지에서 편리하게 접근하기 쉬운 KTX오송역 인근을 조직위 후보지로 제안한 상태다. 오송에는 4개 호텔과 원룸, 아파트 등이 건설 중인 데다 오송컨벤션센터가 개관 예정인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충북도는 조직위 사무실 임차료도 적극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충북에서 다른 시와 도에 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를 제안한 만큼 조직위는 충북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400여명에 달하는 조직위 직원들이 지역에 머물며 업무를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 간 조직위 유치전이 과열할 조짐을 보이자 지역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4개 시·도 지자체장 모두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한마음 한뜻이어서 조직위 입지 선정에 관한 갈등이 표면화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하지만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노린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세종시와 충북도가 조속히 합의해 조직위 출범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5월 26일 국회에서 대구와 광주가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선언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영호남 화합” 내세운 대구·광주 공동유치… 엉터리 용역으로 한때 무산위기 겪기도

 

2021년 5월 추진된 2038대구·광주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엉터리 용역결과와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한때 무산위기에 놓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2021년 5월 국회에서 광주시장과 대구시장, 지역구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선언을 했다. 당시 달빛내륙철도의 국가계획 반영을 앞두고 두 도시는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달빛내륙철도가 국가계획에 반영되면서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급물살을 탔다. 2021년 10월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기반조사 및 경제성 파급효과 용역에 착수했다. 이 용역은 2022년 12월 결과가 나왔다.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동유치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용역결과를 근거로 시의회에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동의안을 제출했다. 여기서 문제가 불거졌다. 용역이 엉터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반조사 및 경제파급효과 분석 용역에서 각종 수치가 부풀려지거나 지역민 대상 설문조사가 엉터리로 확인됐다.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87.9%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나 인구 비례가 맞지 않는 데다 대구시의 설문조사 결과와 단순 합산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뿐만 아니다. 취업 유발 인원도 2만명인데 96만명으로 부풀려져 기재됐다.

시의회는 발주처인 광주시의 입맛대로 짜맞춘 엉터리 용역으로 보고 용역비 회수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첫 관문인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대구시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광주시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대구시의회는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민선 8기 들어 전임 이용섭 광주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모두 바뀌면서 공동유치의 동력을 상실했다. 여론까지 싸늘해지면서 공동유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 사이 보완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왔다. 광주지역의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1조4000억원, 부가가치유발 6834억원, 취업유발 인원 1만6000명으로 예측됐다. 관광수익도 6159억~7735억원으로 추정되면서 훈풍이 불었다. 광주시는 지난달 이를 토대로 대시민 보고회를 여는 등 재추진에 나섰다. 광주시의회도 지난달 6일 공동유치에 동의했다. 대구시의회는 일주일 뒤인 16일 공동유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광주시는 대구시와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등 후속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용역결과가 엉터리로 나와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하지만 두 도시와 의회가 힘을 모아 영호남 화합이라는 취지에 맞게 개최지 결정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