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도지사가 ‘힘쎈충남’ 약속을 현실화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한 당권 주자에서 충청권 지방정부 수장 역할 선회에 따른 정부여당내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힘쎈충남의 원천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유지하고 있는 핫라인(직통전화)은 충남발전을 위해 주요하게 가동되고 있다.
‘힘쎈충남’은 김지사의 지난해 6.1지방선거 선거운동 캐치프레이즈였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그는 선거사무실 외벽에 ‘힘쎈 충남도지사 김태흠’ 현수막을 내걸었다. 낯설었다. 힘쎈충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목표하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김태흠 충남도정 9개월이 지나면서 힘쎈충남은 이제 충남인들에게 친숙한 단어가 됐다. 연이은 국책사업 유치로 필요하고 명분이 있는 무엇이든 충남으로 가져올 수 있고 더이상 다른 시·도에 정치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충남의 자신감은 김태흠의 ‘힘쎈충남’ 효과다.
◆정치인들 지역발전 견인 한계, 세종시 오히려 충남 역차별
충남은 유신 정부에서 45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국민의 정부에서 70대에 다시 총리를 지낸 9선 국회의원 故김종필(JP) 자민련 총재를 비롯해 대권에 도전했던 이인제 6선 국회의원, 7선 국회의원과 총리를 지낸 이해찬, 심대평· 故이완구·안희정·양승조 도지사 등 중앙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충남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괄목할 만한 지역발전을 견인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열중했지만 기대만큼 지역발전을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완구·양승조 지사 등이 세종시 출범에 기여했지만 충남은 세종시로 연기군의 인구와 토지가 빠져 나가는 손해와 역차별을 당했다. 충남은 세종시 출범을 이유로 대전과 함께 2005년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다. 충청권의 상생 발전을 위해 혁신도시를 양보했지만, 오히려 세종시 블랙홀 효과로 충남 인구가 세종시로 빨려 들어갔다. 세종시에서 일어난 LH(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특별공급아파트 로또분양, 정보를 선점 권력자들과 전국에서 몰려든 투기꾼들의 활개로 충남인은 마음까지 유린당했다. 분출한 충남인들의 역차별 분노에 정부는 2020년 충남과 대전을 뒤늦게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했지만 지금까지 수도권 공기업 이전은 단 한곳도 이뤄지지 않았다.
◆‘뚝심’ 충남최우선주의에 정치력 사용하는 도지사 목표
힘쎈충남은 이같은 현실을 타개한다는 김 지사의 신념으로 만들어진 구호다. 그는 충남도지사로서 ‘충남최우선주의’, ‘충남제일주의’를 지향한다.
충청권 친박 핵심으로서 윤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하고 3선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는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에서 충청 지역에서의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간곡한 설득에 그는 원내대표 출마대신 충남지사 출마로 선회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 뱃지를 반납하고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 보령·서천 지역구(장동혁 의원)도 함께 지켜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 각인된 김 지사가 ‘힘쎈충남’을 자신하는 배경이다.
◆국립경찰병원 유치
지난해 12월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타운내에 국립경찰병원 분원 조성이 확정됐다. 1000여명의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서울 본원의 인력과 장비를 뛰어넘는 사실상의 경찰병원 본원이다. 2028년부터 진료를 시작할 예정인 이 병원은 경찰공무원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도 진료받을 수 있어 아산과 충청지역의 의료서비스 혜택이 커지고 충남발전을 가속화한다.
경찰청은 ‘경찰병원 분원 건립 TF’를 구성하며 지난해 6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19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였다. 1차 평가를 거쳐 충남은 경남 창원, 대구 달성과 최종 경쟁을 벌였는데 발표전까지만해도 정부여당내 영남 정치인들의 영향력에 따라 아산은 탈락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국립경찰병원 분원 아산 설립은 대통령 지역공약사업임에도 경찰청이 공모를 진행했기에 탈락 불안은 더욱 컸다.
김 지사는 아산시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방어했다. 김 지사는 국립경찰병원 아산 유치 확정후 “대통령의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공모로 진행되어 적잖이 당황했었다”라며 “난관이 있었지만 아산만의 강점을 내세워 공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목표를 이뤄냈다”고 소회했다. 김 지사가 버티고 있었기에 지켜낼 수 있었던 대통령 지역공약사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안·홍성 국가산단 신규지정
국토부는 지난 15일 충남도와 천안시·홍성군의 요청을 반영해 천안 성환종축장과 홍성 내포신도시 일대 등 두 곳을 국가산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성환종축장 국가산단 지정은 천안시민들의 28년 염원이었다.
성환종축장 천안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국가산업단지는 충남 천안 성환읍 일원과 경기 평택 팽성읍 일원에 위치한다. 면적은 416만 9000㎡(126만평)다. 삼성전자가 2030년말 반도체 공장 가동을 목표로 건축공사를 진행중인 평택 고덕지구 280만㎡(85만평)보다도 훨씬 크다. 천안 국가산단은 삼성전자 평택 고덕지구와 연접해 있어 관련 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천안과 평택이 대한민국 최대의 성장엔진을 탑재한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홍성 내포신도시 미래신산업 국가산단은 홍북읍 대동리 235만6천㎡에 조성된다. 이곳을 탄소중립과 친환경 미래 신산업 혁신 거점으로 미래자동차, 2차전지, 인공지능(AI), 수소 관련 산업체를 유치한다. 천안과 홍성 국가산단은 전액 국비로 조성되며 토목공사 기반조성공사비는 2조원이 넘는다.
◆작전과도 같았던 천안종축장 국가산단 지정 과정
1915년 일제 강점기 전쟁용 종마(種馬)를 생산할 목적으로 조성된 성환종축장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기까지는 김 지사를 중심으로 충남도와 천안시의 작전과도 같은 뒷얘기가 있다.
천안시와 시민들은 1995년 성환종축장이전개발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23년의 노력 끝에 2018년 성환종축장 전남함평군 이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성환종축장은 기획재정부 소유 국가 땅으로 충남도나 천안시가 개발을 주도할 수 없는 땅이다. 이전 결정후 ‘땅 주인’인 기획재정부는 충남도나 천안시의 바람과 달리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LH를 통해 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중이었다.
LH주도 산업단지+아파트 혼합개발 방식의 땅 장사를 우려한 김 지사는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내 든다. 지난해 10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을 1시간 20시간 독대한 자리에서도 김 지사는 종축장과 세종시로 편입된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맞교환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 독대 다음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산림자원연구소를 국가가 매입하거나 도내 국유지와 맞교환하는 방향을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적극 검토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정책기획수석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산림자원연구소와의 교환을 통해 성환종축장을 가져오면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윤 대통령 독대후 김 지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여러차례 만나고 전화 통화를 통해 부지 맞교환 등 천안종축장 대기업 유치 등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거듭되는 맞교환 요구에 난색을 표하자 김 지사는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 요청으로 기수를 돌렸다.
◆성환종축장 국가산단은 ‘최선 아니면 차선’ 투트랙 전략의 성과물
정부의 신규 국가산단 지정이 임박한 지난달 9일 김 지사는 박상돈 시장과 함께 정부 서울청사와 세종청사로 추 부총리와 원 장관을 잇달아 찾아가 만났다. 당시만해도 국토부는 기재부 땅인 성환종축장을 국가산단으로 지정해 달라는 충남도와 천안시의 공모신청에 미온적이었다. 국토부가 기재부 동의나 적극적인 의사 표시 없이 충남도와 천안시의 뜻 만으로 기재부 땅을 산업단지로 지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기재부는 정부 예산편성에서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중앙 부처들이 모두 눈치를 살피는 곳이라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와 박 시장은 추 부총리에게 “기재부가 직접 국토부에 부지 활용방안으로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환종축장 국가산단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이라며 두 장관을 압박하고 정부여당에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충남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어필했다.
김 지사는 성환종축장 국가산단 지정 후 “천안종축장 부지 문제는 투 트랙으로 봤다”며 “산림자원연구소와 부지 맞교환이 이뤄지면 충남도로서는 최상의 결과지만 차선으로 국가산단지정을 이루고자 했고, 최소한 LH에 의한 땅 장사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윷도 나오고 개도 나올 수 있다”는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그의 정치 철학을 확인한 사례였다.
◆충남과 경기도의 상생협력 베이밸리 메가시티
아산만권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은 김 지사의 1호 결재 사업이다. 충남 천안·아산·당진·서산, 경기 평택·화성·오산·안성 등 아산만권 8개 중소도시를 인구 5∼600만명 이상 대도시인 메가시티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처음에는 다소 막연해 보였다. 선거공약이었지만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김동연 지사가 당선돼 반쪽 메가시티가 우려되는데 취임과 함께 주저 없이 최우선 추진과제로 사업추진을 공표했다.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 김 지사의 행보는 민첩하고 유연했다. 취임 2개월만인 지난해 9월 김 경기지사를 충남도청으로 초대해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상생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3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베이밸리 메가시티 공동연구 실시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는 강정태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글로벌 기업의 고위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의 꿈이 익어가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공동연구 실시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양도가 협력하면 아산만 일대에 천혜의 미래먹거리 자원이 있는데, 아산-평택항 도계 갈등이나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후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배경을 밝혔다. 김동연 지사에게는 “처가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하며 선배님 모시고 잘 하겠습니다”라며 협력을 제안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는 작은 그림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를 만드는 일”이라며 “100보를 가야하는 길에 4년 임기중 그림을 그리고 10보 20보만 간다고 해도 의미 있는 일이다”고 긴 여정에 초석을 놓았다고 자평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지역과 정당을 뛰어넘는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경기-충남 도민을 위한 기회라며 "다음번에는 김태흠 지사를 경기도로 초청해 일일명예지사를 맡기겠다"고 화답해 상호 방문을 통한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커지는 힘쎈충남의 꿈
충남은 정부사업과 관련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유치 △육군사관학교 논산유치 △충남(내포)혁신도시 공기업 유치 등 굵직한 3가지 당면 과제가 있다.
세가지 과제는 지방정부간 한 치의 양보도 없은 유치경쟁이 치열한 사업들이다. 충남도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위해 지난 17일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김 지사는 박상돈 천안시장과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은 ‘윤석열 정부 지역공약’이지만 공약 채택 후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자 부산, 광주 등 타 지자체에서 치의학연구원 유치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충남도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 공약이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 공약처럼 전국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을 누비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도 경기도 동두천시, 경북 안동, 강원도 화천, 경북 상주 등 여러 지역이 육사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육사출신 장성들 모임인 성우회원들의 육사이전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가장 큰 과제는 충남(내포)혁신도시 공기업 유치전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과 관련해 충남도는 34개 공공기관을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먼저 우선 선택권(드래프트제)을 부여해 13개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이후 탄소중립, 문화체육 등 지역에 특화된 공공기관 21개를 유치하는 방안이다. 드래프트제 대상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국방연구원 등 직원 500명 이상의 굵직굵직한 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김 지사가 제안한 드래프트제는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차 공기업 이전에서 아예 배재된 충남과 대전과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별로 수도권 공기업 이전 안분이 이뤄진 전국의 10개 혁신도시와는 달리 충남과 대전은 2020년 10월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됐지만 단 1개의 공공기관도 이전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중에 360개 공공기관의 이전 기준을 마련한다. 이전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지사의 공기업 이전 드레프트제는 야구·축구·농구 등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선수 선발방식에서 착안했다.
공기업 이전이 한 곳도 없는 충남과 대전에 우선 선택권을 부여해 기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다른 혁신도시들이 돌아가면서 한 곳씩 공기업을 차례로 낙점하는 방법이다.
김 지사는 “거시적 관점에서 국가와 충남의 미래를 열어가는 도지사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