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당겨진 전 세계 금융권 불안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은행들에서 시작된 금융권 위기설이 유럽권 내 다른 은행에 대한 공포심리로도 번졌다. 한국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주 주가가 이달 들어 9% 이상 하락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안 심리 진정을 위한 각종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금융업종의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 금융 지주와 은행 종목 9개를 편입한 ‘KRX 은행’ 지수가 9.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종목 14개를 편입한 ‘KRX 증권’ 지수도 같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양 지수 수익률은 KRX 지수 28개 중 가장 낮았다.
‘KRX 은행’ 지수 구성 종목별로 보면 DGB금융지주(-12.66%), 하나금융지주(-11.12%), 신한지주(-11.07%) 등의 하락률이 높았으며 KB금융도 -8.2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은행주는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 기대감에 올랐지만 이번 달 들어 SVB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심리 악화를 맞아 하락으로 전환했다. 연초 대비 은행주는 2.20% 하락했다.
불안 심리의 직접적 근거는 코코본드에 대한 위기감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코코본드 발행조건은 외국과 달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기준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발행 잔액이 31조5000억원 규모로 금융 지주가 19조5000억원, 은행이 12조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코본드 발행조건이 이번에 상각 처리된 CS의 발행조건과 유사하지 않아 CS 사태와 같은 현상이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작고 발행 규모도 은행 전체 자본의 5% 정도로 유럽 대비 작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위기설의 근원이었던 SVB 사태를 두고도 시스템 위험으로까지는 번질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SVB 파산과 ALM(자산부채종합관리)의 중요성’ 보고서에서 “SVB 파산은 금리 위험과 유동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기본적으로 자산부채종합관리 부재에 (원인이) 있다”면서 “시스템 위험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