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는 SVB發 금융 불안… 3월 은행주 9% 급락

금융업종 중심 변동성에 ‘널뛰기’
KRX 은행·증권 지수 수익률 ‘꼴찌’
외국인, 4대 금융 5500억 순매도

이번엔 도이치방크 위기설 확산
코코본드 상각 처리에 파장 번져
금융당국 “국내 영향 제한적” 강조
시장 불안심리 당분간 지속될 듯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당겨진 전 세계 금융권 불안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은행들에서 시작된 금융권 위기설이 유럽권 내 다른 은행에 대한 공포심리로도 번졌다. 한국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주 주가가 이달 들어 9% 이상 하락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안 심리 진정을 위한 각종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금융업종의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 금융 지주와 은행 종목 9개를 편입한 ‘KRX 은행’ 지수가 9.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종목 14개를 편입한 ‘KRX 증권’ 지수도 같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양 지수 수익률은 KRX 지수 28개 중 가장 낮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KRX 은행’ 지수 구성 종목별로 보면 DGB금융지주(-12.66%), 하나금융지주(-11.12%), 신한지주(-11.07%) 등의 하락률이 높았으며 KB금융도 -8.2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은행주는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 기대감에 올랐지만 이번 달 들어 SVB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심리 악화를 맞아 하락으로 전환했다. 연초 대비 은행주는 2.20%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매도세를 보였다. 이번 달에만 외국인은 KB금융에서 2380억원, 신한지주에선 1950억원, 하나금융 지주에선 690억원, 우리금융지주에선 520억원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5540억원 순매도했다.

금융주 약세는 증권주에서도 나타나 KRX 증권주 구성 종목별로도 한국금융지주(-11.94%), 미래에셋증권(-11.75%), 유안타증권(-11.39%), 한화투자증권(-10.64%)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증시 부진에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달 외국인의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종 순매도 금액은 6243억원이었다.

금융시장을 휘감는 불안 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CS에 이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도이치방크 은행채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번 달 초만 하더라도 100bp(1bp=0.01%)를 밑돌았는데 CS 사태 후 위기설이 확산하며 지난 25일(현지시간) 장중 215bp까지 뛰어올랐다. CS 위기 해소과정에서 CS가 발행한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AT1)가 상각 처리됐는데, 이것이 채권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유럽권 내 다른 은행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불안 심리 확산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도이치방크는 이익을 잘 내는 은행”이라며 “그 미래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불안 심리의 직접적 근거는 코코본드에 대한 위기감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코코본드 발행조건은 외국과 달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기준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발행 잔액이 31조5000억원 규모로 금융 지주가 19조5000억원, 은행이 12조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코본드 발행조건이 이번에 상각 처리된 CS의 발행조건과 유사하지 않아 CS 사태와 같은 현상이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작고 발행 규모도 은행 전체 자본의 5% 정도로 유럽 대비 작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위기설의 근원이었던 SVB 사태를 두고도 시스템 위험으로까지는 번질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SVB 파산과 ALM(자산부채종합관리)의 중요성’ 보고서에서 “SVB 파산은 금리 위험과 유동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기본적으로 자산부채종합관리 부재에 (원인이) 있다”면서 “시스템 위험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