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인구 296만명의 대도시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883년 인천항 개항에 따른 열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변으로는 차이나타운, 한국 최초 철도인 경인선 시발지로 상징성을 지닌 인천역 등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하다고 평가된다. 송도와 청라·영종이 포함된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IFEZ)엔 바이오·로봇·도심항공교통(UAM) 기업,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15개 국제기구 등이 포진해 있다. 동시에 다른 관점으로 원도심과 신도시 간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옛 인천의 중심이면서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중·동구는 갈수록 유출 인구가 늘고, 이제 활력마저 잃었다. 면적이 내륙에서 최대, 인구도 57만명으로 관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서구는 청라·가정·검단 지구 등지에서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초일류 공기업으로 도약을 다짐한 인천도시공사(iH)가 이런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초 제12대 수장으로 취임한 조동암 사장은 취임사에서 균형 있는 발전을 지향하고, 주거·산업·항만 재생으로 다채롭고 활기찬 인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삶의 질·만족도 향상 지속적 노력”
주거복지 분야에서는 양과 질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다.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은 2034년 297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누구라도 일상생활을 누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저렴한 보금자리를 충분히 선보인다. 무주택자, 신혼부부, 청년, 어르신 등이 한층 더 포근하고 안정된 삶을 살도록 돕는다. 검단 AA10-1 1458가구가 10월 분양이 예정됐다. 임대는 기존 주택 매입 1000호, 전세 700호를 연중 공급한다. 장기적으로 2027년까지 2만7503호, 2030년까지 약 4만8000호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커뮤니티 활성화에 더해 홀몸어르신 가구를 대상으로 가사, 교통편의, 배달 지원 등의 서비스도 펼친다. 새롭게 도입된 인공지능(AI) 돌봄은 AI 스피커를 활용해 우울감, 급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즉각 인지, 바로 관련기관에 연락해 조치하게 된다. 이외 노후공공임대 리모델링과 시설 개선 및 하자관리, 반지하 가구의 주거 상향도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한다.
◆부채 줄여 탄탄한 재무구조 만든다
iH 측은 예상되는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제 인플레이션 확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iH 역시 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무엇보다 리스크를 줄인다는 방안이다. ‘i-BEST 경영’을 기치로 초일류 공기업이 된다는 전략을 세웠다. 부채 비율은 200% 아래로 낮추고, 총부채 6조원 이하에 당기순이익 1000억원, 매각 1조3600억원, 회수금액 1조834억원 이상 달성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표치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iH 측은 2014∼2022년 9년 연속 흑자경영, 2021년 최대 당기순이익 3037억원 기록 등 그간 실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개발 특성상 대규모의 재원이 투입되고 들어오는 흐름은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갚아야 할 부채가 필연적으로 생긴다고 분석했다. 사업들의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채권 발행 다각화, 금융주간사단 운영, 유동성 리스크 헤지(hedge·회피) 등으로 철저히 살펴본다.
지난해에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금을 활용한 리츠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리츠는 공사와의 회계 분리로 재정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이 날 땐 배당을 통해 이익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다. 모두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영종A65BL 401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제물포역 3412가구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 검암 도시지원시설용지 연면적 13만2000㎡ 대토보상 등이 해당된다.
2003년 창사 이래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성년이 된 iH는 관록과 성숙한 기업문화로 지역사회에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 앞서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재생과 주거복지 리더 공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밝은 미래를 향한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iH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과 혁신적인 수익 창출로 더욱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특히 ‘세계 초일류 도시 인천’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기여하는 공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조동암 인천도시공사 사장 “안정적인 시민 정주환경 조성…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도 앞장”
“쇠퇴하는 원도심의 정주여건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변화·혁신·소통의 문화를 정착시킬 것입니다.”
조동암(사진) 인천도시공사(iH) 사장은 지난 2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더해 직원들의 화합과 결속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난 8일 취임사에서 강조한 4대 중점전략 실행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부·시 정책 기조에 상황적으로 적극 대처, 투자 리스크 관리, 원도심 재생,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미추홀구 일대에서 일어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공사 차원의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찾고 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피해 임차인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히 챙기고, 조속한 일상회복을 도울 계획이다.
세계적 경제 위기 및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과 관련해 조 사장은 “그동안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구월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조성, 더샵 부평센트럴시티 주택 건설 등 여러 굵직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며 “임직원들이 몸소 체득한 집단지성의 저력과 능력으로 지금 시기도 무리 없이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상가상 고인플레이션 움직임은 시민의 삶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해 눈높이에 맞는 주거안정 대책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취임 초기 이 같은 조 사장의 광폭 행보는 iH 본연의 업무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 임직원에게 바짝 긴장하고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하자고 당부했다. 공정한 인사체계를 갖추는 데도 힘쓴다. 아울러 근무환경 개선과 공정한 승진 및 업무 기회 부여로 화합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노동조합과의 격식 없는 만남·대화로 현안을 공유하고 건전한 노사문화 형성에 나서기로 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년간 지역 발전과 공사의 외연 확장에 집중했다. 이제 자체적인 문화 확립에 초점을 맞출 때”라며 “언제든 궂은일 마다하지 않는 긍정적인 체질 변화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