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가에 은행 파산 공포가 가득하다. 167년 전통의 스위스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위기설에 시달린다. 공교롭게도 두 은행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곳이다. 러시아와 탈레반을 비롯한 중동 테러범들, 북한의 자금 저수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은행위기 배후에 미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설까지 나돈다.
CS는 비밀주의 원조답게 검은돈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등 많은 독재자가 비자금을 맡겼고 불가리아 마약조직과 일본 야쿠자 등 세계 범죄조직도 돈세탁 등 불법 거래를 했다. CS가 2020년부터 3년간 지급한 합의금과 보상금만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한다. 독재자와 전쟁범죄자를 포함해 3만여 범죄자들의 검은돈 약 120조원을 굴리고 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대주주 악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CS 지분 9.9%를 인수했는데 SNB의 최대주주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사우디에 가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수모를 겪었다. 이로부터 6개월후 사우디는 CS 몰락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