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율 계속 떨어져도 아무 위기의식 없는 국민의힘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3.27/뉴스1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은 35%를 기록했다. 3·8 전당대회 직전인 3월 첫째 주에 39%를 기록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정체하고, 두 달여 만에 민주당에 다시 뒤진 것이다. 리얼미터의 어제 발표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7.9%, 민주당은 45.4%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20대(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속히 빠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해 3월 넷째 주 국민의힘 20대 지지율은 40%였으나 올 3월 셋째 주는 13%, 넷째 주는 22%로 곤두박질쳤다.

고(高)물가와 고금리로 고통받는 청년 세대가 급증한 데다 최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등이 MZ세대의 지지율 악화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대표·최고위원과 주요 당직까지 친윤계 일색으로 채워진 것에도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사무총장과 대변인을 주류가 차지하면 통상 비주류가 맡는 정책위의장에도 주류 친윤계인 박대출 의원이 임명됐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학용·윤재옥 의원도 모두 친윤계다. 김기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빈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친윤계 독식의 결과 여당에선 정책·노선과 관련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 69시간 근로시간을 둘러싼 혼선으로, 말 그대로 집권당이 용산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여당 실세들의 계속된 막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는 장제원 위원장이 사전 예고한 정치개혁특위 참석을 위해 이석하는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국회를 무시하냐”고 윽박질러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은 지금 위기 조짐이 감지된다. 그런데도 내부에서 아무런 자성이나 쓴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책을 둘러싼 당정 엇박자가 이어져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경고를 보냈겠는가. 20대 지지율 급락에 부랴부랴 친윤계인 박수영 여의도 연구원장이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발탁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힘이 각성하고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