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배우고 오세요”…서울 주요대 이과 대입 과목 지정

미적분, 이과 14개 분야 중 12개에서 핵심과목
"이과에 적합한 학생 선발 위한 최소한의 장치"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서울 5개 주요 대학들이 '2025학년도 대입 시행계획' 제출을 앞두고 이과 학과에 지원하려면 고등학교 때 들어야 하는 과목들을 지정, 발표해 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 등 5개 대학 입학처는 지난 23일 '고등학생 교과이수 과목의 대입전형 반영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2025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오는 31일)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보고서에는 학생들이 자연계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들어야 하는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이 제시돼 있다. 핵심과목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권장과목은 가급적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다.

 

5개 대학은 14개로 나뉜 자연계열 분야 중 12개 분야에서 '미적분'을 핵심과목으로 제시했다. 가령 연세대 IT융합공학과와 경희대 소프트웨융합학과에 지원하려면 핵심과목으로 수Ⅰ·Ⅱ와 미적분·기하를, 권장과목으로 '확률과통계'와 인공지능수학을 이수해야 하는 식이다. 5개 대학 물리학과는 과학교과 핵심과목으로 물리Ⅰ·Ⅱ를 지정했다.

 

연구책임자인 임진택 경희대 입학처 입학전형팀장은 이 같은 안내 사항을 "2024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종 평가요소 중 '전공 적합성'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수준으로, 지난해 발표된 2024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이 시점에 대입전형에 반영할 수 있는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을 밝힌 이유로는 2가지가 지목된다.

 

한 가지는 자연계열 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돕기 위해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준비로 선택과목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그간 대학 내에서만 공유되던 전공 적합성 판단 기준을 학생들에게 공개해 과목 선택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임 팀장은 "최소한 대학에 들어와 고등학교 공부를 다시 하는 후행학습은 없어져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수험생에게는 과목 선택 방향을 제시하고, 고등학교 현장에는 과목 개설과 학생 지도의 유용한 지침서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수능 3년차가 되며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자 고교 교과로 문과 학생과 이과 학생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을 운영해야 입학사정관 처우 등에 활용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비 선정에 유리하도록 평가 지표를 설정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문·이과 통합'으로,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가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지난 2년 간의 통합수능 대입에서 대학들은 자연계열에 지원하려면 수능 수학 미적분·기하 응시를 자격으로 걸어 이과 학생들을 뽑아왔는데, 2025학년도 대입부터는 이 같은 전형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에서 문·이과 장벽을 없애려고 하는 교육부 메시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자연계 전공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조 장치"라며 "그간 주로 정시에서 문제가 됐던 교차지원 문제가 앞으로는 수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임 팀장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보다는 대학의 고민이 먼저"라며 "자기소개서, 교차추천서가 폐지되고 학교생활기록부 대입 반영 항목도 축소돼 학생 선발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진로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학이 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