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 일가에 대해 폭로해온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8일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검은색 코트에 정장을 갖춰 입고 있던 전씨는 체포 직후 취재진이 입국 소감을 묻자 “축복받은 것 같다. 마음 다치신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5·18 유가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 때문에 온 것”이라며 돌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오전 6시53분쯤 경찰과 함께 공항 입국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올 때도 전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민폐끼쳐 죄송하다”며 “수사받고 나와서 5·18 유족, 피해자분께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과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죄인이니까”라고 운을 뗀 뒤 “제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다.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에 안 계시니까 저에게는 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행 항공편 예매내역을 올리고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며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전씨는 가족들 반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침묵한뒤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었다”고 답했다.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씨는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며 “미국에서 병원 기록에도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전씨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우선 전씨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이송해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하는 한편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전씨는 지난 17일 SNS라이브 방송 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복용하는 등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당시 전씨는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물과 함께 잇달아 들이켰다.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닙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벌받아야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SNS를 이용해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지인들의 신상 및 범죄 의혹 등을 폭로했다. 주변 지인들이 성범죄와 마약범죄를 저질렀다며 실명과 사진 등을 SNS에 올리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본인의 마약 투약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의 폭로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군 장교 2명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들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