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사진)씨의 국내 송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29일(현지시간) 자국에 구금 중인 권 씨에 대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은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바치 장관은 한국으로부터 전날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고, 현지 일간 비예스티에 따르면 미국은 이보다 훨씬 앞서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이 없는 우리 정부는 전날 주세르비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몬테네그로에 송환 협조를 요청했으나,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을 둔 미국은 이를 통한 외교채널을 가동해 조속히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코바치 장관은 권씨가 미국과 한국 중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는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 범죄인 국적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며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에 우선권이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제법상 범죄인을 송환할 국가는 ‘체포한 나라’에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 권 씨의 신병확보를 두고 총력을 기울이며 국가 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선 미국이 빠른 인도 청구로 주도권을 확보한 모양새다. 그러나 권 씨의 국적이 한국이라 현재로써는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통상 피해자가 가장 많이 속한 국가와 범죄 수익 환수 및 처벌 가능성도 주요 조건으로 고려된다고 한다.
또 한국은 권씨와 그의 측근인 테라폼랩스 임원 한모 씨 2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권씨에 대해서만 인도를 요청했다고 코바치 장관은 전했다. 이어 권 대표 등이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이에 따른 형기를 복역해야만 송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한 씨와 함께 지난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 최대 30일간 구금될 예정이다. 몬테네그로는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이 법원에 기간 연장을 요청해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