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 친부가 사실상 출생신고를 못 하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로 인한 혼선을 막고자 국회의 대체 입법 시한을 정하는 결정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친모와 그 남편만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도록 했다. 친부는 친모가 소재불명이거나 특정할 수 없는 상태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은 후에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남편에게 들킬 염려 등을 이유로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한정하는 것은 이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라며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로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해당 법 조항을 없애면 1차적 신고의무자가 사라지고 ‘혼인 중이 아닌 여성’과 남성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도 남성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며 2025년 5월31일을 개정 시한으로 뒀다.
헌재는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법적 부자 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해야 한다”며 “입법 시 출생신고 의무자와 적격자의 범위, 출생신고의 방법과 절차, 출생신고의 효력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