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장동 50억 클럽’ 재수사에 착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수사가 너무 지지부진하다”며 특검 법안을 상정한다고 하자 검찰이 떠밀리듯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라 볼썽사납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1년 반이나 지나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50억 클럽 의혹은 박 전 특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각각 50억원의 금품제공 약속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고위 판검사 출신들로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1년 5개월 일하고 11억원이나 받았고, 대장동 아파트를 특혜분양받아 시세차익 8억원도 얻었다. 이런데도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등한시했다. 검찰 특수통인 박 전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 때문이란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김 전 총장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김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2021년 9월 서울 도곡동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나 대책을 숙의했고, 변호사도 소개해줬다. 김씨는 구속기간 연장을 막기 위해 “총장님이 나서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절친한 관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럼에도 검찰이 김 전 총장을 수사하지 않은 건 ‘봐주기’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검찰은 50억 클럽 멤버 6명 중 곽 전 의원만 기소했지만 그마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샀다. 이러니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50억 클럽은 국민의 공분을 산 법조 카르텔 사건이다. 검찰이 늦게라도 본격 재수사에 나선 건 다행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제 “지금 검찰은 과거 곽 전 의원을 수사하던 검찰이 아니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사건을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라고 했다. 말만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면 성역 없는 수사로 한 점 의혹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