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오해해 살인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재판부는 범죄 피해를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오해로 인한 우발적 범행임을 감안해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살인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 옹진군청 공무직 직원 A(50)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유족이 입은 정신·육체적 상처는 형용할 수 없고, 범행 수법도 잔인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피고인도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나마 좋은 사정은 만취 상태에서 순간적인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뒤 자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했고, 유족들도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다소 이해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피고인 역시 이전까지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2일 0시5분께 인천 옹진군 대청면 한 도로에서 면사무소 동료인 B(52)씨의 복부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오후 B씨 등 지인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주거지로 이동해 술자리를 이어갔는데, 일행이 귀가한 뒤 잠긴 방 안에서 옷을 벗은 채 잠든 아내를 보고 술김에 B씨가 자기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오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술에 취한 채 약 4㎞를 직접 운전해 B씨의 집 앞으로 가 범행을 저지른 뒤 자수했다. 범행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50%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술김에 B씨를 오해했다"고 진술했으며, A씨의 아내 역시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