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저주(?)인가… 스웨덴 이어 핀란드도 가입 추진한 총리 '낙마'

마린 총리, 핀란드 나토 가입 주도했지만…
총선 패배로 취임 3년여 만에 물러날 처지
지난해 스웨덴 안데르손 총리와 '동병상련'

현재 37세로 한때 ‘세계 최연소 정부 수반’의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소속 정당의 총선거 패배로 낙마했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결심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최근 나토 가입이 사실상 성사된 직후 총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핀란드 국내는 물론 나토와 이웃나라들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 결과를 지켜보다가 낙담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선거는 마린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의 패배로 끝났다. 헬싱키=AP연합뉴스

핀란드와 나란히 나토 가입을 추진했던 스웨덴도 이를 주도한 내각이 총선 패배로 총리가 교체된 바 있어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었다.

 

영국 B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이 마린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원내 1당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사민당은 2019년 총선 때보다 3석 늘어난 43석을 확보했으나, 37석에서 48석으로 급성장한 국민연합당에 뒤졌다. 여기에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이 46석을 얻어 원내 2당이 되면서 사민당은 3당으로 전락했다.

 

BBC에 따르면 선거 결과 발표 직후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는 “우리가 가장 큰 권한을 얻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조만간 국민연합당을 중심으로 우파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개시될 전망이다. 핀란드 의회는 총 200석으로 정부 수립을 위해선 연립여당이 최소 101석을 확보해야 한다.

 

오르포 대표의 승리 선언 후 마린 총리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2019년 사민당을 주축으로 좌파·중도 성향 5개 정당이 힘을 합쳐 꾸린 내각은 3년여 만에 붕괴할 운명에 처했다. 34세 나이로 핀란드 정부 수반에 올라 국제사회 주목을 한몸에 받은 마린 총리도 당분간 야당 정치인으로 내려앉는 게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사민당이 우파연합에 패한 뒤 사민당을 이끌어 온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하는 모습. 스톡홀름=AP연합뉴스

핀란드 정국의 변화는 여러 모로 스웨덴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스웨덴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이 집권당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감이 커진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냉전 시절부터 수십년간 이어 온 중립 노선을 과감히 내던졌다는 점에서 안데르손 총리는 마린 총리와 더불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도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상승 등이 안데르손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사민당 등 좌파는 패배했다. 안데르손 총리는 물러나고 우파 성향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다.

 

핀란드는 최근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 의회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함으로써 기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라는 조건을 충족하면서 나토 가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반면 스웨덴은 아직 튀르키예·헝가리의 벽에 가로막혀 나토 가입이 불투명한 상태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까지는 가입을 꼭 성사시킨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