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연쇄 감산 선언… 국제유가 ‘출렁’

사우디·이라크 등 기습적 발표
추가 감산 하루 116만배럴 달해
장중 한때 배럴당 8%까지 급등
고유가 유지 ‘가격 방어’ 나선 듯

지난해 대규모 감산에 합의했던 주요 산유국들이 다시 한 번 기습적인 추가 감산 발표를 하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씩 줄인다. 이라크도 이날 하루 21만1000배럴 감산을 발표했고, 쿠웨이트(12만8000배럴), 알제리(4만8000배럴), 오만(4만배럴) 등도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도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4만4000배럴 감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발표한 형식을 띠었지만 감산 선언이 같은 날 일제히 이루어졌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기타 산유국들 협의체인 OPEC+ 차원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AP연합뉴스

이들이 이날 발표한 추가 감산량을 합하면 하루 116만배럴에 달한다. OPEC+는 이미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하루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감산량을 모두 합치면 7개월 동안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이날 국제 석유시장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5.07% 치솟은 83.95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5.17% 오른 79.59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8% 급등하기도 했다.

 

산유국들이 내세운 감산 명분은 “시장 안정을 위한 예방적 조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지난해 6월 배럴당 110달러선을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여름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70달러대까지 이르렀다.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기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유국들이 높은 유가를 지속하기 위한 ‘가격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OPEC+ 일원인 알제리의 석유장관은 지난해 11월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미국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증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사우디는 오히려 OPEC+ 차원의 감산을 이끌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등 오랜 우방이었던 미국과의 관계에서 엇나가는 모습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동차 중심 생활로 석유가 필수품인 미국으로서는 사우디의 이런 움직임이 정부 최우선 목표인 물가 관리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를 낮춰 러시아에 경제적 압박을 주고자 하는 전략에도 차질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OPEC+의 이번 움직임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면서 “미국은 휘발유 가격에 초점을 맞춰 생산자 및 소비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