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최악 가뭄 부른 4대강 보 개방, “해체” 요구 더는 안 된다

논밭 타들어 가고 주암댐 저수율 21%
“정치 논리가 피해 키웠다” 비판 커
16개 보 물그릇으로 활용 시의적절

호남 지역이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에 들어갔고, 논밭은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호남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인 전남 순천 주암댐의 저수율은 21%로, 1992년 준공 이후 최저 수준이다. 광주지역 3개 자치구와 전남 11개 시·군의 식수원이자 여수·광양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선’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20% 안팎의 광주지역 상수원 저수율이 6월까지 이어지면 고갈을 피하기 어렵다. 호남권 가뭄이 더 길어질 전망이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洑) 개방 등 비상식적인 물 정책이 가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리면서 총 5280만t의 물 손실이 발생했다. 광주 시민 146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t의 물이 손실됐다니 이번 가뭄에 끼친 영향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2월 기상청은 ‘50년 만의 최악 가뭄’을 예보하며 물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 수문 개방을 강행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재(再)자연화’를 주장하며 보 해체를 요구해왔다. 정치 논리가 가뭄을 초래한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4대강 보를 활용한 물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어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에서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을 통해 하루 61만t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병행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재자연화 정책 뒤집기라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물론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무리했던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효과를 본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그것대로 비판하면 된다. 4대강 보가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우리는 고질적인 물 부족 국가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하수, 지하수, 대체 수자원 개발 등 효율적인 물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려면 보를 해체하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이 아니라 보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절수지원금제와 같은 수요 절감 대책을 시행하고, 하·폐수 재이용과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발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