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이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에 들어갔고, 논밭은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호남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인 전남 순천 주암댐의 저수율은 21%로, 1992년 준공 이후 최저 수준이다. 광주지역 3개 자치구와 전남 11개 시·군의 식수원이자 여수·광양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선’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20% 안팎의 광주지역 상수원 저수율이 6월까지 이어지면 고갈을 피하기 어렵다. 호남권 가뭄이 더 길어질 전망이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洑) 개방 등 비상식적인 물 정책이 가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리면서 총 5280만t의 물 손실이 발생했다. 광주 시민 146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t의 물이 손실됐다니 이번 가뭄에 끼친 영향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2월 기상청은 ‘50년 만의 최악 가뭄’을 예보하며 물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 수문 개방을 강행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재(再)자연화’를 주장하며 보 해체를 요구해왔다. 정치 논리가 가뭄을 초래한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