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소 상승 폭이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힘입어 2월 4.8%에 이어 두 달 연속 4%대 상승을 유지한 건 고무적이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2% 내리며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전년 동기 물가가 고공비행한 데 따른 기저효과 탓이 크다. 여기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4.8%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전체 소비자 물가를 앞지른 건 2년여 만이다. 여전히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 요금은 28.4% 폭등했다.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정부·여당이 지난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유보한 것이 변수다. 여기에다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깜짝 감산’에 나선 것도 물가 안정 기조를 해칠 악재다. 감산 발표 직후 국제유가가 1년 만에 최대 폭인 6% 이상 오르는가 하면 원·달러 환율도 하루 새 14원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전체 산유량의 90%를 차지하는 OPEC+의 원유 감산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무려 0.76%포인트나 끌어내린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어제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오른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나선 건 과도하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지난해 근로자 275만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은 상황에서 이런 요구는 오히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나 다름없다. 최근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와 아직도 거리가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산유국의 기습 감산에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은 시기에 불확실성과 부담이 커졌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마당에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유가 추이를 살피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인 물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