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불 진화 작업에 남자 공무원만 투입돼 성차별 논란이 인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인왕산 산불 진화 과정에서도 이튿날 잔불 확인 작업에 ‘구청 남직원 전원’만 소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2일 저녁 10시쯤 ‘긴급 비상소집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음 날 아침 6시30분까지 모이라고 공지하며 소집대상을 ‘구청 남직원 전원’으로 한정했다.
이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종로구청 직원이 구청 공지 문자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글쓴이인 A씨는 “새벽 6시30분부터 남성 직원만 (잔불 확인 작업에)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이날 종로구청 행정지원과가 발송한 문자메시지에는 ‘소방∙군∙경찰∙구청 합동 잔불확인 작업’을 위해 부암동 주민센터로 모이라는 지시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구청장님 지시사항으로 긴급전파하니 소집대상 직원 전원은 시간엄수하여 응소바랍니다”라는 강조 문구도 첨부됐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불이 언제 재발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잔불 작업을 해야하는데 인왕산은 산세가 험하고, 잔불 진화를 위해 20㎏이 넘는 물 펌프도 지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다시 교육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경험이 있는 남직원들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은 인왕산 화재 발생 첫 날에는 성별 구분 없이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다가, 이날 저녁 회의를 통해 다음날 아침 확인 작업에 남직원만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전시청도 2일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직원에게 비상소집 발령을 내렸다가, 이날 오후6시∙10시쯤에 발송한 문자메시지에서는 ‘여직원 귀가’ 및 ‘다음날 오전6시 남직원 한정 소집’을 공지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산불 현장에 비상 대기 중인 여직원 및 집결 중인 여직원은 귀가해 주시기 바란다”, “본청의 남자 직원 동편 주차장 06시까지 버스에 탑승 바람” 등이었다. 해당 공지 문안을 작성한 대전시청 산림녹지과는 “산불 현장은 굉장히 험하고 야간까지 작업이 진행되면서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젊은 남성 직원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전시청의 ‘산불 진화 작업 남직원 한정 소집’으로 야기된 성차별 논란은 종로구청 역시 유사한 행태를 보였음이 드러나자 더욱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예 남직원만 뽑아라”, “같은 월급 받는데 남직원만 일을 더 많이 하는 건 부당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호흡기가 더 튼튼한가” 등 공공연한 성차별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