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폭 정시 반영·기록보존 연장하되 부작용 최소화해야

당정협의회, 학폭 근절 대책 추진
정시 반영 객관적·합리적 기준 시급
과도한 엄벌주의 역효과 유의하길

국민의힘과 정부는 어제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교폭력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대입 수시 전형에만 반영하던 가해 기록을 정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학교생활기록부의 중대한 학폭 기록 보존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학폭 기록을 취업 때까지 유지하고, 학폭 관련 소송 기록을 남기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학폭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모두 필요한 조치들이다.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걸맞은 대가를 치른다는 걸 어릴 때부터 인식시켜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문제는 학폭 정시 반영 방식과 기준을 얼마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드느냐다. 2023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학폭 가해 기록을 반영한 대학은 서울대 등 4곳뿐이다. 현재 정시에서 학폭 관련 사항을 반영하는 대학은 전체의 3% 정도다. 정부 방침에 따라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2025학년도 정시 모집부터 학폭 기록을 전형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뒤따르는 대학이 늘고 있다. 졸업 후 학폭 기록이 삭제되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형평성 논란, 같은 처분이라도 대학마다 감점 기준이 다를 경우 초래할 혼란 등 숙제가 간단치 않다. 혼란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수시에선 지금까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만 학폭이 반영됐는데 논술, 교과 등 모든 전형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방안은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학폭 가해자들이 사회생활에까지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강경 대책이라서다. 보존 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장 10년으로 연장하면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의 학폭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는 이해할 만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당장 교육 현장에서 ‘주홍글씨 새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지나친 엄벌주의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우려도 작지 않다.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증가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학폭 피해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5만4000명이나 고통을 당했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난제 중의 난제다. 문제가 터지면 땜질식 대응만 하는 수준에 그쳐선 곤란하다. 맞춤형 예방교육과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등 피해자들이 원하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달 중순 발표하는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는 보다 실효적이고 입체적인 방안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