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어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회사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게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5층에서 추락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원청 회사와 대표에게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대 부착과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에 이르게 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청·재하청을 주거나 위험의 외주화로 책임을 피해 온 원청 회사들의 관행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다는 경고와 다름없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지자체장들이 안전에 대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안전보건관리자(CSO) 선임 등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30년가량된 성남 분당의 정자교 보행교가 무너져 1명이 숨진 사고에서 보듯 일상에서 시민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니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예방보다 지나치게 사업주 처벌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당국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에 대해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중대재해법 무서워서 사업 못 하겠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고예방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법 적용 대상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256명 발생,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엄벌 만능주의’만으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내년에 여건이 더욱 열악한 5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주가 최상의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고의나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인 만큼 기업들의 대응을 어렵게 하는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처벌조항들을 모두 합리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