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여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4·5 재보궐선거 결과 텃밭이라 볼 수 있는 울산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완패한 탓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 풍향계라 봤던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 비주류 중심으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61.94%(15만3140표)의 득표율로 38.05%(9만4075표)에 그친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최덕종 후보가 50.6%(6450표) 득표율을 기록해 49.39%(6297표)를 얻은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와 153표 차로 신승했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선 진보당 강성희(50) 후보가 39.07%(1만7382표)를 얻어 32.11%(1만4288표)에 그친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은 2014년 통진당 사태 이후 9년 만에 국회에 입성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0% 득표율에 그쳤다. 지역에선 윤석열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 등 실정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지도부의 잇단 망언·실언 등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전주 지역 유권자 이모(52)씨는 “결국 향후 국정 운영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도 표심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계 인사들은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는 울산 남구 선거 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패배한 선거구가 더 많은데도 울산 지역 선전으로 고무된 분위기를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울산 시민분들께서 정말 놀라운 선택을 해주셨다. 윤석열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며 “전국 각지의 당원, 지지자분들께서 울산 남구의 작은 선거를 전 국민이 참여하는 큰 선거로 만들어주신 덕분”이라고 평했다.
다만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는 당내 쓴소리가 나온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 성기욱 후보는 득표율 10.77%를 기록해 후보 7명 중 5위에 그쳤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 득표율인 10.75%와 비슷했다. 보수 후보가 5명이나 출마한 상황이라 표 분산을 기대하고 이 대표가 직접 지원에 나서기도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거둔 것이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두고 “이미 지난해 기초의회 선거 4인 선거구에서 3위를 한 인물을 군수 후보로 공천한 건 민주당의 명백한 공천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부각한 건 경남도의원(창녕1 선거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우서영 후보의 선전이었다.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 이경재 후보가 50.33%로 당선됐고, 20대인 우 후보는 24.25%를 득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우 후보를 군수로 공천했다면 당선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 후보의 24.25%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대구 옆 동네 창녕에서 거둔 결과”라며 “(내년) 총선 승리 공식은 3선·4선 수도권 의원들의 알박기가 아니라 2030 젊은 정치인의 박힌 돌 빼내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