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전주·울산 완패 與 충격…민주, 울산 승리에 총선 희망

전주의 작년 與지지율 절반으로 쪼그라들어…'호남 교두보' 확보 실패, 대변인 "많은 문제점 발견"
'김기현 텃밭' 울산 기초의원까지 패배, 교육감은 진보가 승리…이준석 "PK 이 정도면 강남도"
'졌잘싸' 野, 울산 승리에 총선 기대감…이재명 "울산시민 놀라운 선택, 尹정부 독주에 경고장"

4·5 재보선 결과에 대한 여야 반응이 6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5개 시·도에서 치러진 미니 선거였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인 동시에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민심 향배를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는 무대로 여겨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7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하떡 자르기를 위해 자리를 찾아 이동하며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텃밭이라 할 울산의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은 직접적인 반응은 아끼고 있지만,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전까지는 공식 논평도 없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언론의 재보선 평가 요청에 "중원인 청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의회를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었고, 청주시는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청주 선거 결과를 부각했다.

김기현 대표도 울산 선거 결과를 묻자 "청주에서는 이겼다"고만 답했다.

울산 4선인 데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 대표로서는 텃밭으로 여겨온 자신의 지역구에서 '참패' 결과를 받아들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울러 회의에서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전주을 선거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전북도당에 대한 그동안(진행 과정)의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전북도당 현황에 대해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0%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39.07%), 무소속 임정엽(32.11%), 무소속 안해욱(10.14%),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 이은 5등이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풍향계'인 이번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하며 김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지원에 나섰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비주류는 혹독한 평가와 우려를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또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보다 10%(p)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PK(부산·경남)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이야기"라며 "당 노선을 조속히 다시 정상화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지난 대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최고위원들은 망언과 실언을 쏟아내고도 남 탓뿐이다. 지도부는 그런 망언들에 아무런 제지도 못 한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블로그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울산 남구 선거 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라고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송옥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안규백 의원. 연합뉴스

이와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패배한 선거구가 더 많았지만, 분위기는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울산에서의 선전 때문이다.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최덕종 후보가 승리했다.

울산이 노동계 등 진보 성향 강세 지역이긴 하지만,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내년 총선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SNS에서 "울산 시민께서 정말 놀라운 선택을 해주셨다"며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상직 전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진 전주을에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승리하자 오히려 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명분이 있는 패배였다"며 "임기가 1년 남은 재보선 의원직 자리를 욕심내지 않아야 (내년 총선에서) 4년 임기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보수 진영 후보가 분산된 가운데 이 대표까지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던 창녕군수 선거에서 성기욱 후보가 패한 것에는 아쉬워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한편,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강성희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길에 국회에서 정의당과 큰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의 당선으로 원내 재입성에 성공한 진보당은 한껏 고무된 상태다.

진보당은 보도자료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과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와 민생을 실현하는 진보 정치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연합>